개봉한 지 열흘이 되었는데, 벌써 4백여만명을 넘어섰다. 오컬트 무비를 우리나라 관객들이 그렇게 좋아했던가? 난 별로 안 좋아하는 장르인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극장을 찾았다. 토요일 조조인데, 왜이리 관객이 많지? 그것도 나이 지극하신 어른들을 동반한 젊은 층 관객들이 많다.
김고은의 연기력은 자타공인할만하지만 이번 배역에서 무당으로 나왔는데 가히 진짜 무당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다. 어떤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임을 밝혔는데 이제껏 봐온 무속 드라마의 무당들과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어려서부터 기독교배경으로 자란 나로서는 무속이나 풍수지리 등의 드라마나 영화를 그냥 흥미꺼리로 본다. 그래도 전국민의 종교비율로 보면 80%이상이 무속신앙의 영향에 사는 나라다. 그래서 사람을 미혹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영화에 등장하는 풍수지리로 명당자리 묘를 지명해 사는 지관이나 조상신이 구천을 떠돌고 있어서 집안이 안 된다고 한풀이 굿을 해서 사는 무당의 존재는 그래서 지금도 이어진다. 기독교인으로서 이런 영화는 말도 안 되는 소재이지만 그것을 믿고 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그것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종교적 잣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왜 젊은 관객들이 아버지, 어머니들을 모시고 굳이 극장에 같이 올까. 난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시골 구석에서나 아니면 으슥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무당의 굿을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수십년전의 동네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픈 일종의 효심(?)은 아닐까?
개인적인 일이지만 내 동생이 태어날 때 동네 어른들이 산파로서 어머니의 출산을 돕고 있었다.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그 날 난 하나밖에 없는 그 방의 유일한 창문 쪽에 앉아 건너편 집에서 벌어진 굿판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시절엔 전국 어디에서나 굿판은 벌어졌고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상당했었다.
그 시절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해석할 수 없는 현상에 무속인에게 의존하는 일이 너무 잦았었던 것이다.
지금은 특별한 사람들 외에는 굿판을 구경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데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굿판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이 영화가 뭘 지향했는지를 돌아보면 후반부의 전개는 좀 뜬금없게 여겨지기도 한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기에 영화를 본 관객들이 평가할 거지만 굳이 그렇게 형상화한 존재를 내세워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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