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갑자기 축복이란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축복한다는 말.
일반인들은 결혼식장이나 생일잔치자리에서 쓰곤 한다. (크리스챤들은 자주 이 표현을 한다)
그런데 정말 축복하는가? 말만 하는가?
요즘 세대들은 자기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비근한 예로 6개월이 되어도 서른명 밖에 안 되는 우리 교회 학생중에 내 이름을 모르는 이도 있을 정도(^^)
자기 중심주의에 빠지는 세태중에서 이름도 못 외울 정도의 관계가 지속될 때 진정으로 축복한다는 의미도 퇴색한 것이 아닐까?
외국인들은 인사도 잘 하고 감사의 표시도 잘 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good morning, thank you를 연발하는 그들의 언어에서 "진심"여부를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언어가 고착화된 이상 그 언어가 표현하고자 했던 "진심"은 사라지고 표피적인 표현만이 유통될 뿐이다.
"축복"이란 말도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축복한다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손을 뻗어 축복송을 불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기행위"임을 축복받는 자도 알고 있다.
결혼식에 "축복"하러 오는 하객들 중에도 눈도장 받으려고 오는 이가 태반일 것이고 또 그것을 맞이하며 인사하는 혼주나 신랑신부도 그것을 알고 넘어간다.
그래서 진심으로 축복한다는 의미가 퇴색한다.
내 맘으로 진심으로 잘 되라는 축복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아..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었던가.
진심으로 축복할 수 없는 무뎌져가는 내 마음을 발견하고 씁쓰름하다.
이야기 둘
아버지 옆 침대는 사흘마다 환자가 갈린다.
요즘은 백내장수술하러 왔다가는 초단기입원환자가 많아서 그렇다.
며칠전에 갔을 때 아버지가 몹시 컨디션이 안 좋다.
방금전까지 좋았는데 침대에 올라가서부터 안 좋다는 간병인의 전언이다.
아무리 물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이런 날은 안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조금 감이 온다.
새로 온 환자 할아버지가 워낙 말이 많아서다.
조금 안 지식을 가지고 어떻게나 자랑을 하시는지...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같았다.
오늘 갔을 때 그분은 이미 퇴원했길래 아버지께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데 대꾸해주고 싶은데도 말이 안 나오셔서 답답해서 그러셨지요?
끄덕이신다.
자기 맘을 알았다는 표정이 역력하게 말이다.
똑똑하신 울 아버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듣고 얼마나 말하고 싶으셨을까..
호박죽을 입에 넣어드렸더니
오늘 너무 잘 먹으신다.
그만 먹자고 그러니 그러시겠다고 끄덕이시면서도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맘이.........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6-22 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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