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도쿄 입성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모터쇼가 열리는 마쿠하리 멧세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되어 쉽게 도착했다.
사전에 코스를 체크하지 못한 탓에 그 엄청난 규모의 4개의 홀을 뺑뺑 도느라 무지 힘들었다.
2시반부터 6시반까지 쉴 틈 없이 걸으며 인파 속에서 전시된 차를 보고 또 촬영하고 카타로그 챙기고..
너무 힘드네(^^)
주마간산이 될 것을 알면서도, 또 인터넷으로 전신된 차량을 다 볼 수 있음에도 직접 여기까지 온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닐까.
정말 럭셔리한 2박3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래서 비지니스급 저가호텔이 아닌 특급호텔 두 곳을 예약했었다. 왜?
많이 걸으면 너무 피곤해서 숙소 찾아 헤메는 수고를 줄일 수 있어서다. 그래서 마쿠하리 멧세에서 30분 거리의 도쿄역 근처의
도쿄돔 호텔을 예약했다. 인터넷 정보에 도쿄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라고 해서다.
그러나 도쿄역에 도착해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걸어서는 못 간단다. 전철을 갈아타서 가야 한단다.
한참을 걸어 쮸오센으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간다(아..여기가 그 노래 "간다가와"의 그 "간다"구나), 오챠노미즈--을 가서 다시 소부센으로
갈아타서 스이도바시역에 내렸다. 호텔이 보인다. 다음 주 목요일부터 우리 나라의 삼성구단과 이번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지바 롯데의
아시아시리즈가 열리는 도쿄돔이 곁에 있는 고층호텔이다.
도쿄역에서 무려 1시간 걸린 셈이다. 으...(돌아와서 다시 그 인터넷사이트를 확인했다. 오마이갓 어느새 그 정보가 바뀌었다. 제대로 미리 가르쳐주었다면
그곳을 이용하지 않았을텐데...)
지친 몸을 이끌고 체크인하고 3층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도쿄돔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33층 트윈룸에 들어왔다.
벌써 물집이 잡힌 내 다리. 다른 상비약은 준비해왔지만 물집에 대처할 수단이 없다. 내일은 손수건을 동겨매고 다녀야 할 판이다.
내일 또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휴..자신 없지만 씻고 편히 잘 준비를 한다.
호텔 냉장고에 생수 작은 병 하나가 210엔 한다. 읍..아까 자동판매기에서 120엔 하던데..
함께 간 두나미스가 110엔짜리 물병 두개를 사들고 왔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소염제를 잔뜩 발랐다.
그나마 좀 풀려서 내일의 여정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익숙지 않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언어가 쏟아지는 TV를 틀어놓고 자려고 한다.
11월 4일 오다이바정복기
도쿄에서의 첫밤을 보내고 새아침을 맞이했다.
몸이 너무 피곤했으나 커튼을 치지 않은 창을 통해 도쿄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일어나야 했다.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 음 역시 고급이네^^
9시다. 어..그런데 이게 무슨...호텔 바로 옆 도쿄돔 주변엔 놀이시설이 있다.
롤러코스터, 관람차, 자이드롭..아니 무슨 아침 9시부터 롤러코스터가 돌고 있냐^^
우리 나라와 같은 시간대라도 해가 빨리 뜨는 도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해 못할 일이다.
아침 식사는 일본식. 어제밤은 중국식당에서 요기를 했는데 서빙하는 종업원의 신장이 140도 안되는
소녀들이다.
아침을 먹고 올라오니 갈 길이 까마득하다.
어제 온 길과는 다르게 움직여보려고 도쿄 노선도를 살폈다.
고라쿠엔역에서 마루노우찌센을 타고 긴자역으로, 그리고 거기서 긴자센을 타고 신바시역으로.
오다이바로 들어가는 유리카모메 1일승차권(수상버스포함)을 구입해 일단 오다이바 종점인 유리아케역까기 갔다가
다시 숙소인 호텔 닛코에 체크인하러 들어갔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캠코더 밧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냉장고의 생수는 420엔이다. (도쿄돔보다 두배가 비싸다. 오마이갓. 필히 생수를 준비해야 한다^^)
수상버스를 타고 오다이바로 들어오는 경치도 좋다고 해서 유리카모메를 타고 레인보우브리지를 건너
선착장이 있는 히노데역으로 갔다. 수상버스는 오후 6시가 마지막이기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단 왕복노선으로 오다이바카이힌코엔까지 다녀와서 곧바로 파레토타운으로 가는 수상버스로 갈아탔다.
두나미스는 배는 한번만 탈 거라고 해서 오다이바카이힌코엔에서 내려 일본과학미래관을 보러 갔다.
파레토타운으로 가는 배는 4시20분출발. 벌써 석양을 볼 수 있다니..역시 도쿄가 부산보다 훨씬 동쪽이다^^
파레토타운은 도요타자동차의 전시관인 메가웹과 쇼핑공간인 비너스포트와 관람차가 있는 곳이고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아오미역으로 연결된다. 아..유리카모메 노선 중 유일하게 E/V가 없는 곳이다.
지쳐 힘든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계단을 내려오는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이다. 아는 척 않는 게 낫겠다^^
두나미스와 합류해 후지TV 빌딩으로 옮겼다.
7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25층 원형전망대에 올랐다. 어둠이 내린 도쿄의 야경은 멋지다.
레인보우브리지와 도쿄타워의 야경을 보러 연인들, 가족들, 또는 혼자서 오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것 같다.
후지테레비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출연자 사진들이 벽을 따라 전시된 곳을 5층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JVC Everio 캠코더는 플래쉬기능이 없어 야간촬영이 불가능한데 여기는 그야 말로
카메라 촬영을 위한 최적의 배경을 둔 곳이다. (작품 많이 건졌다^^)
1층에서 잠시 다리의 피로를 풀고 또 관람차를 타기 위해 파레토타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 있는 메가웹은 어제 모터쇼에서 수많은 차를 본 지라 그만 생략하려고 했었는데 9시까지 개장하고 있어
들러보았다. 어제는 인파에 밀려 사실 세밀히 차를 관찰할 수 없었는데 여기는 전시된 차를 직접 타 볼 수도 있어
괜찮았다. 그리고 들른 유니버설디자인쇼우케이스. 여기 안 갔다면 후회할 뻔했다.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차들이 전시되어 있고 모터쇼에서는 빼먹었던 차를 볼 수 있었다.
왜 도요타가 유명한지를 새삼 실감한 곳이었다.
그리고 도전해보기로 한 관람차.
대구 우방랜드에서 케이블카를 탈 때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진행요원이 움직이는 케이블카를 붙들고서도 간신히 오르내렸는데
관람차는 평지에 접하는 공간에서 빨리 올라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 못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정보에 의하면 여기 관람차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기구가 두개 있다는 거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다면 나도 올라갈 수 있겠다 싶어 타보려고 했는데
오마이갓.
나도 탈 수 있냐고 매표소에서 물으니 아주 쉽게 오케이한다. 재차 물었는데 오는 답변.
관람차 스톱시켜서 태우고 움직이게 한단다.
입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 이게 다르구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첨으로 관람차를 탔다.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사진을 찍으려는데
드디어 밧데리가 꺼진다. 으...아까부이^^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무지 힘들었다.
오늘 종일 왔다갔다 몇번씩이나 이용한 유리카모메 1일승차권의 마지막 사용처 다이바역.
전망좋은 곳 준다고 카운터에서 배치한 방은 E/V에서 내려서 한참이나 걸어야 하는 곳.
내일 아침 먹고 바로 나가도록 하자고 두나미스에게 말했다.(^^)
하루가 길었다.
예상대로 내 체력은 바닥났다.
그래도
즐거웠다.
11월 5일 나리따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에만 신경쓰면 되었기에 여유가 많았다.
어젯밤 테라스에 나가 밤공기를 쇤다고 열어두었던 창을 통해 들어온 한 마리의 모기 때문에
시간마다 깨곤 했지만(^^) 잘 잘 편이다.
어제아침처럼 일본식 정식을 먹었다. 양은 더 적고 가격은 더 비싸다. 숙박료에 포함 안 되어 있다면 절대로 사 먹지 않을 분량의 식사^^
유리카모메를 타고 신바시로 나왔다.
10시반. 2시 비행기를 타기까지 시간은 많았지만 나리타까지 가는 여러 코스 중에서 가장 저렴한
전철 이용을 계획했건만 내 걷는 시간을 감안하니 출국 2시간전 공항 도착을 위해서는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비싸지만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려고 마음 먹었는데 중간에 어떤 신사에게 질문한 것이 화근이 되어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오는 바람에 1시간마다 오는 나리타익스프레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12시 3분 티켓을 끊고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전화카드를 샀는데 왜 전화는 안 되는지...전화를 안 하기로 마음 먹었기에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고
만일 위급상황이 생긴다면 대처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책자에서 확인했기에 걱정도 안 했는데
한국으로의 전화도 안 된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내 지론을 다시 새겨보는 경험이었다^^)
열차시간이 되어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우리 나라 KTX랑 똑같은 역방향 좌석이 있는 나리타익스프레스.
다른 점은 좌석간 간격이 더 넓다는 점.
그리고 화장실이 객차마다 없다는 점. 너무 흔들려서 포기해야 했던 에피소드^^
12시 56분 공항 도착. 2터미날에 안 내린 게 다행이다. 예매할 때 받은 e티켓확인증에 1터미날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안 봤었네...(오늘 실수 너무 많다.^^)
대한항공 수속코너의 여직원은 일본인 요시다 상(두나미스는 그녀의 스타킹이 나간 것을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알려주었단다^^)
내가 많이 늦은 편이냐고 물으니 그런다.
아니 적당하게 오셨다고.
2시간전 도착요청은 나처럼 고지식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데..잉잉^^
휴..너무 다급하게 오느라
도쿄역에서 도시락(벤또)을 사지도 않고 선물용 물건도 사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너무 밋밋하게 오지 않고
스릴있게 마지막 날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
2시간이면 다다르는 우리 땅 부산.
비행기에서 내리던 어느 승객.
아..지겨운 우리 나라인가.
이러던데
나는 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비록 한 몇개월은 내 신체 조건에 정말 편히 살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고향 내 땅이 좋기 때문이다.
여행은 사람을 또 다르게 발전시킨다.
4년반만에 이룬 꿈.
올해 후회하지 않을 일을 끝내서 기분 좋은 여정이었다.
그리고 감사드린다.
나의 무사귀환과
나의 미래를 보면서...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11-01 18:21)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11-30 2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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