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오늘 어딜 갔고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고가 대부분인 내 생활의 기록들.
서랍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는 분량의 다이어리를 고집하며 계속 기록하는 것은
내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IT 세상에서 모든 것이 컴퓨터와 웹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업무의 상당부분이 컴퓨터의 도움이 없으면 불편할 정도를 지나쳐 거의 불가능하고 회선 정비나 고장 등으로 몇 시간만 불통되어도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인터넷에의 의존도는 더 심각해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PC 혹은 웹에다가 다이어리를 쓰기까지 한다.
지난 달 초 수년간 무료로 쓰고 있던 홈페이지공간이 유료화되는 바람에 가장 저렴한 서버로 이전했다.
그래서 옮겨오기 전에 모든 기록을 다 지웠다.
오늘 내 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 등록된 "다이어리"를 클릭한 순간 놀랐다.
없어야 할 내 기록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잠시 훑어보니 내가 지울 수 없는 또다른 서버에 기록된 문서였다.
내가 회원가입탈퇴를 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공간이다.
나의 벗들이 요즘 문을 꼭꼭 닫고 있는 이 홈을 들어오면서 여간 불편함을 느끼는 게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풀지 않고 있었는데
잠깐--언제까지일지는 난 몰라^^--동안 나를 몰랐던 익명의 방문자에게 숨통을 열어두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읽으면서도 너무 웃었고, 또한 다시한번 내 생활을 상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산 흔적이 언제나 남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지 모르겠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의 에피소드.
8층 아버지를 뵙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두 명의 아가씨가 대화를 하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 들려오는 대화의 내용.
A :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B : 좀 그렇지.
A : 내가 살살 넘어가서 말해줬다가 완전히 당했다는 거 아니냐. 나는 지에 대해 잘 모르잖아. 그래서 무슨 일 생길 때마다 그 얘기 꺼낸다니까.
B : 말하면 안 되겠다.
A : 무슨 일이 있어도 말 하지 말고 꼬투리 잡힐 만한 것은 다 버려라.
이거 성인이라면 다 유추할 수 있겠다.
결혼 혹은 교제를 시작한 B에게 경험자로서 친구 A가 하는 말 같다.
영원히 감춰질 과거가 있는가?
싸이질을 하다가 헤어진 수많은 커플들이 과거에 남긴 글로 인해 문제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사생활보호기능이 추가되며 강화되곤 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서 완벽할 수가 있겠는가.
난 과거의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조용히 꺼내서 사색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것을 어떤 이유로 버려야 한다는 것이
피치못할 화재나 사고가 아닌 단지 들킬 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라면
좀 웃기지 않는가.
1년전에 방영된 후지TV 프라이드 11편을 어제야 겨우 다 마쳤다. 세상에(^^)
거기에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물론 결과는 해피엔딩.
과거에 머물러서는
새 인생을 살아갈 수가 없다.
과거의 기록은 기록일 뿐이고 역사일 뿐이니까.
그것에 매여서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을 못해서는 곤란하지 않는가...
TV가 없어서 새 미니시리즈 "슬픈 연가"를 못 보는 바람에(^^) 긴 넋두리를 하고 있다. 희선아, 기다려라 니가 나오는데 안 볼 수 있냐^^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1-0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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