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날 4월 3일
1996년 9월.
아버지가 처음 입원하신 해. 고신의료원에서 영도까지는 5분도 안 걸린다. 너무 상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지는데 주체할 수 없어서 과속을 했다. 그 때 심정은 그냥 아무 차라도 받아 버리고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2002년 9월.
고관절골절로 입원하신 아버지의 수술이 어렵고 위험하다는 의사의 견해를 들었다. 왜 눈물을 흘렸는지 기억도 없지만 그날도 쏟아지는 눈물에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시야가 가렸음에도 그냥 그냥 달렸던 기억이 난다.
2005년 4월.
한달간 일주일에 한번밖에 뵙지 못했다. 뵈러 갈 때마다 약기운에 졸려하시고 또렷한 상태일 때가 거의 없었다. 매일매일 체크했던 지난 2년간과는 달리 바쁘다는 핑계로 사흘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씩 뵙게 된 지난 몇 달. 아버지의 변화를 더 챙겨볼 여유가 없었다는 근사한 변명꺼리가 있음에도 맘이 불편한 것은 내가 진 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나를 못 알아보신다...오늘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어차피 올 일이라 생각했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다. 내 눈을 바라보시는데..내 글썽이는 눈물을 보시고 지난 달에는 아버지도 눈물을 글썽이셨는데..며칠간 못 와서 미안하다고 표현할 때도 나를 기다렸노라는 뜻의 눈동자를 읽을 수 있었는데...
나를 못 알아보신 게 오늘이 그런 날이어서라고 믿고 싶다. 지난 시간 속에서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럴 때가 있었으니가 그런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또다시 나를 못 알아보시는 아버지를 뵙게 되고, 그것이 기정 사실인 것이 재차 확인된다면......
교회에서 기도하면서도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유일한 아버지의 벗이었던 내가 아버지를 배신한 것처럼 여기지지는 않았을까...바뀐 병원, 바뀐 간병인, 게다가 나마저 매일 오지 않는 날들... 버려졌다는 생각이 아버지의 머리 속에 자리잡은 것은 아닌가. 아버지 앞에서 물리치료사와 대판 싸우던 장면을 불안하게 지켜보셨던 것은 아닌가. 누워 계시면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셨을텐데...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아버지를 대하는 것이 더할 수 없는 비수로 내 맘을 찌른다. 내가 무리를 해서라도 아버지를 매일 뵈었어야 했는데...밤을 새워 일을 한 목적이 무엇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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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ad da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