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큰 장벽 중의 하나는 계단이다.
어릴 때 겨우 평지를 간신히 걸어다니던 내가 한 두개의 계단을 만나면 아버지는 업어주셨다.
초등학교 물리치료실에 있는 다섯개짜리 난간 있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연습을 하긴 했어도 너무 힘들었기에 두 세 계단만 올라도 갈 수 있는 길을 뺑뺑 돌아가곤 했다.
중학생이 되어 일반학교에 배정받았을 때 1학년 내 교실은 한 층 아래에 있는 1,2,3반이 아닌 맨 꼭대기의 4반이었다. 그곳은 학교 구조상 정상적인 코스로는 5층, 거의 30도에 육박하는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면 3층을 올라야 하는 곳에 있었다.
처음엔 너무 오래 걸렸는데 매일 2번씩--화장실이 3층에 있었다--오르내리느라 계단에 익숙해졌다.
서울에서 살 때는 기숙사가 2층이어서 적어도 하루에 세번--식사시간--은 오르내렸고, 학교수업이나 물건 사러 나갈 때나 외출을 할 때면 하루에 대여섯번은 오르내리는 것이 생활 그 자체였다. 물론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는 매번 수백계의 계단을 오르내렸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하기 시작한 곳에 얻은 사무실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짜리 건물의 4층.
겨우 4층이니 계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팔힘도 좋고 살찔 틈도 없고^^
김일성이 죽은 날 사무실을 이전했다. 5층 건물의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리고 그 해 가을에 주차장에서 150미터는 걸어야 들어올 수 있었던 집에서 아파트로 이사가는 바람에 계단 오르내릴 일이 줄어들고 급기야 체중은 불었고 점점 계단을 만나기 힘든 여건이 되어갔다.
일부러 교회를 가야 계단을 만났다.
매일 기도하러 교회를 가면 개방된 곳이 지하 1층이라 꼭 내려갔다.
난간도 없던 그곳--현재는 설치됨--을 오르내리는 것이 계단을 일부러 만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2005년.
주일에 방송실을 맡게 되면 3층 방송실을 올라야 한다.
어제는 2번을 올랐다.
밥 먹기 위해서는 지하 1층에 내려가야 하고...
계단 오르기가 너무 힘든 게 현실이 되었다.
매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이제 계단이 큰 장벽으로 다가올 것 같다.
예전에는 만나면 돌아가야 하는 장벽이었다가
조금 불편한 정도의 과정으로 인식되었으나
다시 내 삶에 만나면 불편한 정도 수준 이상이 되어버린 계단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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