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일보를 읽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그랬고,
노사모는 아니었어도 변화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조차도 욕한다.
2년반 딱 임기 반을 넘긴 노무현이 기자회견을 한다나 어쩐다나 관심 없고, 또
나 역시 노무현의 무능함에 욕까지는 않더라도 비판을 가하는 편에 서지만
이것 하나만은 인정한다.
그는 인간에 의한 인치보다는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원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맞다는 점이다.
오늘 어떤 학생 문제로 소년법정에 보호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많아도 서른 다섯 안 쪽으로 보이는 젊은 판사가 단 위에 앉아 있고
그 아래 서기로 보이는 두 사람이 열심히 적고 있고
바로 아래 학생이
그리고 그 바로 뒤에 학생의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내가 섰다.
소년법정이라서 그런지 뒤편에 참관인이 몇명 있었는데 그것까지 신경쓸 틈 없이
판사는 학생에게 선고를 하기 전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초범이고 연령이 어려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을 기대했고,
판사도 그럴 것이라고 판결을 내릴 것 같았다.
그런데 학생이 판사의 질문에 대꾸를 했다. (반항적인 대꾸는 아니고 학생은 나름대로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는데 판사에게는 그것이 반발로 보였고 뒤에 있는 나로서도 그때는 침묵이 나았으리라 생각했었다)
판사의 판결이 바뀌는--물론 확인할 수는 없지만 느낌상--순간이었다.
우리 나라 판사는 검사와 마찬가지로 최고 권력가다.
그는 범죄인의 형량을 법의 한도내에서 결정지을 수 있는 권한을 합법적으로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 형법이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 이라는 벌칙을 명명하고 있다면
판사는 5년이하나 5천만원이하의 범위내에서 최소 몇개월이상 또는 몇 십만원 이상의 형량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판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의 재판을 처리해야 하는 "인간"이다.
그가 아침에 밥을 잘 못 먹었거나,
어젯밤에 아내랑 부부싸움을 해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나게 된 피고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정상적인 상태에서 내린 판결을 받을텐데
그 한 사람의 기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니 말이다.
드라마 제5공화국을 보며 한 무한권력자의 기분에 따라 기업이 망하고 사람이 죽고 살고가 결정되는 것을 우린 확인한다.
그것은 시스템에 의한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고 한 인간의 기분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라서
만인이 수긍하지 못한다.
난 노무현이 욕먹는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채우는 것이 그에게도 또 우리 국민에게도 유익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지금 어느 편 말대로 하야한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고, 그 불행은 또 되풀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모든 분노를 대통령에게 풀 수 있으니
노무현은 나중에 상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권력가가 되면 누구나 권력을 놓기 싫다.
권력이 주는 매력이 너무 커서다.
이제 그것을 놓으면 예전에 "권력이 있어" 누리던 평화로움을 잃을 것 같아서다.
정보기관이 도청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위를 생각해서 만든 정보기관이 그것을 못한다면
존재이유가 없다.
단 시스템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된다.
누구를 도청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왜 했는지 설명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공개할 수 없는 비밀문건이라면 미국식으로 몇십년 후에 공개하면 된다.
지금처럼 도청하고 도청하지 않은 것처럼 자료를 없애고 뒷말이 남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시스템이란 들어온 것이 있으면 나오는 것이 있다는 체계임을
고려해 볼 때 들어왔는데 나온 것이 없다거나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나오는 것이 있는 비시스템적인 문화가 문제임을 누구나 인정하지 않겠는가.
물론
야구경기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미국에서 전자식 스트라이크 판정 장치를 마련해 구심--포수 뒤에서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하는 심판은 구심이라고 한다--을 대신하도록 한 적이 있는데
그 정확성에 야구보는 재미를 잃어버려 취소된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성보다 재미를 중요시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아이를 놓고 서로 내것이다를 주장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존재하는
판결과 같은 문제나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대립하는 정치적인 문제에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정확한 시스템적인 판단이 필요하지 않는가.
갑자기 딱딱해진 일기가 되어 버렸다.
약한 인간임을 느낀 날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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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에 의할 것인가? 인간에 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