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정치권이 시끄럽다.
덩달아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패널들을 초청해 여러 얘기를 한다.
포털을 비롯해 여론조사기관들도 국민들의 여론을 보려고 애를 쓴다.
참내.
똑같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은 자기 식으로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잠깐 실험을 했다.
빈 종이에 내가 말하는 대로 써보라고.
먼저 네모를 그리고
그 아래에 세모 하나를
그 바로 아래에 동그라미 두개를...
모두가 동일한 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는가?
필체도 다르고 사이즈도 다를 것은 분명하지만
네모 밑에 세모, 세모 밑에 동그라미 2개.
이렇게 그려지는데도 다르다.
세모는 역세모도 있을 수 있고,
동그라미는 쌍둥이 동그라미일 수도 있고,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일 수도, 동그라미 밑에 동그라미일 수도 있겠다.
듣는 이가 말하는 이의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까닭이
많은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국어교육은 필수적이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가 말한 단어가 어떤 뜻을 표하는지.
나의 주장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상대의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찌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상대가 편 주장에서 but 이전의 문장을 그의 주장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아주 비열하지만 너무나 효과적인--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버리듯이--방법인 것을
아는가?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배워도 그런 언어의 오류를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래서 말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아직도 우리 나라 현실이다.
아버지는 친구분들과 술 드시다가
사회비판하는 내용을 얘기하실 때는 소리를 낮추셨다.
12시가 되면 싸이렌이 울리던 시대의 얘기다.
인터넷에 누구나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21세기에도
우리 나라는 아직 그런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잡아 넣고 보자는 심리는 아무래도 잘못된 우리 교육의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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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