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몇시간 잠을 청하고 부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오늘도 숫자 오류 찾느라 몇시간을 헤매고 고생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컴 앞에 앉는 것도 싫지만 마감일을 앞에 둔 시점인지라 어쩔 수 없다. 계속 앉아만 있었더니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는데도 내 몸의 이상도 컨트롤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 의사가 호출했다. 내 시간이 너무 부족한 가운데서도 의사를 만나기 위해 거의 2시간을 병원에서 기다려야 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며칠전에 잡던 손의 힘이 없다. 통증이 심해지고 계시다.
잠을 못 주무시는 가운데..30초마다 깨며 내 눈을 쳐다보시는 그 순간에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의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자기 경험상 변화가 있을 것 같아서 불렀다고 한다. 너무 놀랄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의사 앞에서건, 친구 앞에서건, 심지어 아버지 앞에서조차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아버지...며칠전에는 아버지랑 어딘가 멀리 떠난 여행길의 꿈을 꿨었다. 설마..라고 생각했었는데..어쩜 더 빨라질 지 모르겠다. 만사를 제쳐두고 아버지 곁에 있어야 하지만 3월 마감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거래처들이 다들 피해를 보기 때문에 빨리 일을 끝내야 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닌데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아서 쉴 수가 없다.
휴~..너무 힘들어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었는데..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어른인데 이제 겨우 중2짜리 아이에게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니..그런데도 역시 힘들 때 생각나는 이는 가족이다. 오늘 국제전화로 동생과 통화하면서도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다. 한동안 메말라 있던 나의 감성을 다시 깨우시려는 것인지...아버지의 육체적 회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고통을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과 동생 앞에서 시인한 믿음이 변함없이 하늘나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나의 벗들아! 생각날 때 기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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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