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글세..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생일에 던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짜장면과 계란이다. 불고기나 뷔페, 갈비찜, 회전초밥, 페밀리레스토랑 메뉴 등도 있는데 겨우 짜장면이랑 계란이라니 하는 분들도 있겠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란 노래를 들을 때도 생각나긴 했지만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짜장면은 그 어떤 중국요리집에서도 만들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집에서 만든 짜장면이 뭐 그리 특별날까 싶지만 내 생일에는 짜장면 두그릇은 기본이고 남은 짜장에 밥을 비벼서 얼마나 먹어댔는지 기억이 안난다. 배가 터지도록 먹어본 그 짜장면은 1년에 딱 한번 먹는 이벤트였다.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생활하면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자주 먹게 되었지만,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그 짜장면 맛은 아니었다. 달걀을 참 좋아했다. 김치밖에 다른 도시락 반찬을 넣기 힘든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도시락뚜껑을 열었을 때 밥 위에 얹혀진 달걀후라이가 가져다 준 희열(^^) 100%단백질인 달걀 흰자와 영양만점인 노른자는 버릴 것이 없는 완전식품이다.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하는 소리에 하루에 하나 정도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요즘 몇 주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할 정도가 되었지만 직접 요리를 해 먹던 시절에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계람부침, 계란찜이 아니었던가^^그래서 어릴 적 소박한 소망은 내 생일에 계란으로 할 수 있는 서른가지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 생일을 보내겠지만 언젠가는 기필코 그 꿈을 이루어보리라^^생일에 나를 낳아주신 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다. 어릴 때에야 축하받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어느 때부턴가 생일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뻐하는 날이 아니라 나를 낳기 위해 애쓰신 어머니를, 또한 나를 키우신 아버지를 생각해야 하는 날로 변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 땅에서 다시 볼 수 없는 나이의 나. 그러나 마음 속엔 언제나 그 얼굴들이 남겨 있고 그립다.
생일에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해에는 책 2권을 읽기도 했다. 평소에 해보지 않던 일을 한 해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강의하는 날과 겹치고 어제 맡은 일을 마무리해주어야 하고 또 하루 앞둔 중국출장 건으로 맘이 분주하다.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여행 같은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일로 인해 중국을 가보기도 하는 내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생일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나마 있는 나의 현실에 감사한다. 그냥 나에게 하는 구호로 이렇게 외치련다.
나를 만들자. 나를 가꾸자. 주변 사람들에게 각인된 나의 이미지가 좋은 면으로 확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생일후기............................................................
아침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린다. 운전중에도 몇 차례씩 도착하는 메시지들...XX은행, XX화재, 외식업체 빕스....오늘 내 생일이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보내지는 메시지다. 우편함을 가득 메운 우편물 속에서 손으로 써내려간 지인의 살가운 편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은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그런 메시지가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기뻐하며 축하하는 메시지를 받기에 힘든 나이가 된 탓일까? 그런 메시지로 채워지는 문자보관함에서나마 자그마한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왜 일까? 많지는 않더라도 나를 기억하고 내 생일을 기억하고 마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랑스런 사람들의 짤막한 표현은 내가 이 세상을 그래도 실망스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위안이 됨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는 Birthday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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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0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