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갑작스런 일이 생길 때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 친구의 어머님이 병환중에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어제 아침에 전해들었다. 대개는 계획대로 살려고 애쓰지만 예상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합천이다. 서울에서 친구들이 일과를 마치고 그 먼 길을 내려온다. 그들보다 가까운 내가 가지 않을 수 없다. 축하할 일에는 뒤로 빠져도 되지만 슬픈 일에는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친구의 역할이다. 전라도에 있는 친구에게도 연락을 하고 못 가는 선배들의 부의금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도 맡아서 밤길을 달렸다.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밤길 운전은 쉽지 않다. 가는 도중 앞유리에 붙여둔 네비게이션장치가 떨어져 버렸다. 고속도로 상에서 세워두고 조치를 취할 수 없어 그냥 천장에 매달아놓은 인형처럼 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GPS선이 빠진 것을 안 것은 초행길인데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야 할 길을 지나고 나서였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많은 조문객들이 다녀간 장례식장. 그래도 자정이 넘어 도착한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지켜줬다. 몇 시간 못 앉아 있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밤을 새웠다. 그나마 체력이 강한 후배랑 둘이서 얘기를 하며 꼬박 새웠다. 두시간 정도 잔 친구들을 깨워 장례식장을 나서려니 밥을 먹고 가라고 강권하는 상주가족의 손을 뿌리칠 수 없어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왔다. 눈이 멀뚱멀뚱하지만 운전을 시작하니 졸립다. 동대구역에서 새벽에 서울로 가지 않은 남은 친구와 후배를 떨어뜨려주고 부산으로 네비게이션을 조정한 후 달렸다. 너무 졸려서 1,2차선을 번갈아 왔다갔다하는 느낌에 놀라 20Km 전방의 휴게소까지 간신히 달렸다. 그리고 한 30분 눈붙이고 난 후 달려 귀가했다. 상가댁에 인사만 하고 갔었던 시간들은 몇차례 있었어도 밤을 새운 적은 없다. 가족 외엔 다 떠난 시골 병원장례식장인지라 깨어 있어 주는 역할만으로도 상주가족은 무척 고마와한다. 난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팔순 어머니의 막내 아들인 친구는 평소 모습 같으면 개의치 않았을 거란 생각이었는데 역시 어머니의 임종에는 사랑스런 아들임에 틀림없었다. 먼 거리의 친구들이 밤길 운전을 마다 않고 찾아온 것에 미안함이 얼굴에 가득하면서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분명 힘이 될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피곤한 가운데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다. 사랑은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말로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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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1 합천 다녀 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