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삼일 교육받고 왔다. 오전9시부터 6시까지 10분씩 쉬면서 삼일 강행군을 하니 겉만 번드르한 의자에 앉아 강의 듣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뭔가를 배워야 하는 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새로운 도전은 불편하고 힘듦에도 재미난다. 비록 지루한 강사도 있긴 해도 알아야 하기에 쫑긋 귀를 세우는 내모습이 불만스럽지는 않다. 행정자치부쪽은 우리 업계와 관련이 적은 편이라 그쪽 출신 사무관, 서기관들의 강의는 신선한 부분도 있었다. 사실 15년전쯤인가 하고 있는 일이 재미없어서 행시 공부를 할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행시 재경수석을 했던 친구가 있어 과천 청사까지 찾아가서 어떤가 하고 의견을 구한 적 있는데 당시 그 친구는 별로 맘에 안 든다고 추천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행시는 다른 고시에 비해 사향추세였고, 행시의 꽃이라는 재경파트도 인사적체로 서기관 승진에 8년이상 걸린다는 뉴스도 들었었기에 전망이 안 좋아보였었나보다. 그 분야에서 열심히 재미나게 일하는 강사들을 보니 약간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향수랄까 하는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어떤 조직에서 소모품으로 취급당한다면 일하는 재미가 나지 않을 것이다. 뭔가 창의적인 일을 만들고 그 과정 속에서 희열을 느끼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고...하는 일련의 과정이 '재미'나는 일임에는 틀림없지 않는가. 나와 같은 계열에 종사하지만 쉬는 틈도 없이 치열한 경쟁세계에서 전쟁을 치르는 후배들을 만나며 지금 내 자신에 감사할 수 있는 것도 이번 교육기간에 얻은 점이다. 감사는 지금 현실에 대한 반응이다. 지금 현실이 아무리 개떡같이 보여도 그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단순한 사실만 인지해도 지금의 현실은 감사할 수 있다. 오늘도 감사하며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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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3 배우는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