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번역한 책을 읽을 때의 괴로움 중의 하나는 이름이다.
단 한번에 외워지지 않은 복잡한 이름들이 소설을 거의 다 읽어갈 쯤에야 각인되었다.
한가지 고마운 것은 이 책의 하드커버 안쪽에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건물 층별로 소개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틈틈이 등장인물이 몇층에 사는 누구 가족인지는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 그렇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7층짜리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두 명의 '나'가 존재한다.
독신녀 수위인 54살의 '르네'와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이 가능할까 기가 찰 만한 12살의 '파로마'
난 소설 속에서나마 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반갑다.
주인공이 자신을 감추고 단지 볼품없는 하층계급의 아줌마로 보여지는 것을 '즐기며' 사는 모습 속에서
약간의 동질의식을 느껴서다.
물론 그녀의 허무주의적인 사상에 동조할 수는 없어도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를 요리감으로 배부르지 않을 만찬을 즐길 수 있는 만남을 엿보며
조금은 동경할만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12살이면 중1 정도의 나이인데 이 기똥찬 아가씨는 온 집을 불태우고 자살할 계획을 세우고 지내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톨스토이를 연상케 한다.
두 주인공은 소설의 종반부를 앞두고 조우한다.
그러나 번갈아 '나'로 등장해서 묘사한 인물평이나 생각들은 그 둘이 '한 사람'이란 생각을 독자들은 감지한다.
나이가 달라도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사의 희극이다.
그리고 서로가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치료받는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나의 해석일찌라도
이 책이 널리 읽히는데 반감을 가지지는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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