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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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벗사랑

(2011-01-23 09:15:55, Hit : 964, Vote : 64)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밝은세상) 2011.01.23.

많은 독자들이 서평을 남긴 베스트셀러여서 덜컥 사긴 했으나 어떤 독자들처럼 선뜻 책을 펴기 힘든 분량의 책이라 구석에 처박아둔지 몇 개월. 아시안컵 축구8강전을 보기 전 지루한 시간을 때우려고 잡아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사람들의 심리란 것이 그림없는 책을 읽을 때 어디까지 읽고 다시 읽지 하는 구간을 정할 때 꼭 출판사나 저자가 구분한 1부, 2부를 참조하게 된다. 나도 1부까지만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다. 뉴욕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삶의 권태를 느끼는 대목이어서 그런지 특별나게 느껴지지 않았다. 결혼생활이 이렇게 짜증스럽다면 왜 결혼을 하는거야? 하는 생각이 미혼인 독자로서 당연히 들 정도였다.(정말로^^)
이제 그만 읽어야지 하는 순간. 그는 갑자기 사람을 죽이고 만다. 읍..이 소설이 스릴러였나? 눈이 번쩍 떠졌다. 호주와 이라크의 8강전이 무승부로 끝나고 연장전을 하고 있었다. 한국-이란의 8강전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았다. 계속 읽어야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제 도망자가 되어 완전범죄를 꿈꾸는 이 주인공의 심리에 독자가 불편해지기보다 동정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상당수의 독자들이 남긴 평에서 읽을 수 있었던 동일한 감정이었다. 분명 이 살인자는 비난받아야 하고 잡혀서 그 댓가를 치러야 하는 존재인데 주인공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 이게 뭐지?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최고의 작품은 '죄와 벌'이다. 노파를 살해한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적 방황과 자기 행동의 합리화 과정을 통한 도피심리를 100여년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지금 현대인이 경험하는 것 그대로 묘사하였다. 그래서 최고의 책이란 찬사를 받아왔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수준이 분명 아닌데도 왜 도망자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일까?
소설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탁월한 작가다. 독자로 하여금 쉽게 책을 놓게 만들지 않는다. 0:0 이란과의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솔직히 축구가 재미없었다. 후반전 시작하기 전에 계속 책을 읽었고, 후반전이 시작되고서도 그냥 책을 읽었다. 뉴욕에서 도망가 북서부 몬타나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주인공의 사연이 계속 흡입력을 당기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공간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하지만 부동산중개소에서부터 일은 꼬인다. 하필이면 중개업자가 아내의 고향과 같을 게 뭐냐. 역시 도피생활의 주인공이 편히 살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연이은 사건들...
연장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이 들어가 우리 나라는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아직도 책은 안 끝난다. 결국 그의 프로필이 공개되고 눈치빠른 기자에게 모든 과거가 드러난 순간 또 한번의 사건이 생기고...

책 표지 하단에 이렇게 씌여 있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사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

누구나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을 꿈꾸곤 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독자의 대리만족욕구를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프랑스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란 제목 그대로 영화화되고 있단다. 영화감독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머리 속에 그려지는 씬들이 죽 늘어서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큼 각색이 필요없는 수준의 시나리오다.
다만, 이렇게 끝나는 것이 요즘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인지는 아쉽다.
'죄와벌'의 결론과 다른 엔딩을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일까?
다른 독자들의 글들이 궁금스러워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