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2시에 눈이 떠져서 정수기에서 물 한 컵을 마시며 거실 TV로 유튜브를 켜니 마침 U17 국제여자배구 우리나라 대표팀과 도미니카의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개최장소는 칠레 로스안데스인데, TV지상파가 아닌 유튜브 생중계가 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요 며칠 째 읽고 있는 책의 배경이 칠레다. 1930년대부터 독재자 피노체트가 등장한 1973년까지의 기간 동안 4대에 걸친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연초에 읽은 라틴 아메리카 소개 책에서 발견한 소설로 일찍 사두었지만 그 두께(심지어 두권)에 눌려서 미루던 건데, 이 한 여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극우 보수주의자 외할아버지에게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란 손녀 알바는 증조 외할머니 니베아, 외할머니 클라라, 엄마 블랑카의 삶에 등장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사회 역사를 증언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역도 시대도 다른 곳 우리 나라에서조차도 지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사람 사는 곳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가족간에도 친구간에도 우리는 정치적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등장인물들을 통해 알게 되는 장편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외할아버지 에스테반은 전형적인 자본주의자이고 반대세력을 힘으로 권력으로 짓누르는 극우정치가이고,
그의 아내 클라라는 원래 혼인상대였던 큰 언니 로사가 갑작스레 죽자 수년간 침묵으로 사춘기를 겪고난 후 언니의 약혼자였던 외할아버지인 에스테반과 결혼한다.
그들로부터 태어난 블랑카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열혈 좌파인 페드로 테르세로와 비밀연애를 하고 알바를 임신하게 되는데, 그걸 알게된 아버지가 가문의 수치를 모면하기 위해 블랑카를 짝사랑하는 프랑스 백작에게 신부지참금을 주고 결혼시키고 만다.
블랑카에게는 쌍둥이 남동생 하이메와 니콜라스가 있는데 이들도 독특한 인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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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이 가족의 생과 사, 그리고 사회적 변혁기를 상세하게 그린 이 소설의 초판은 2003년으로 나온다. 출간은 1982년인데, 우리 나라에 소개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은 이 소설이 묘사하는 바가 독재국가였던 우리 나라와 다를 바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길지만 우리 사회와 능동적으로 세상에 맞서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