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 2월호에 실린 글 퍼왔습니다. 참 좋은 내용이 많더군요. 겨우 500원짜리 쪽지에 말입니다.
이중인격자
강신원 목사
매년 새해가 되면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큰 아빠, 질문이 있는데요.” 몇 해 전 새해 아침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녀석이 심각하게 말합니다.
“그래, 말해보렴!”
“혹시… 큰 아빠 이중인격자세요?”
헉! 무슨 이런 황당한 질문이? 전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녀석의 표정을 살펴보았더니, 얼굴이 꽤 심각합니다.
순간 ‘나의 어떤 비리(?)를 보았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머리인지라 모두 다 함께 듣고 있다가 분위기가 이상야릇함이 느껴집니다. 한번 짐작해 보십시오. 새로운 마음으로 맞는 새해벽두에 이런 질문 받았을 때의 기분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아이의 질문의 의도를 알기까지 얼마나 이 생각 저 생각이 교차했는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된 배경은 이러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방학을 맞아 저희 집에 온 조카와 함께 잘 놀아 주곤 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딸만 셋입니다. 당연히 남자인 저로서는 딸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조카아이와 좀 과격하게 놀았겠지요.
그 날 저는 아주 천진난만하게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았던 레슬링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논 것이었는지, 놀아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조카아이와 레슬링 하면서 노는 모습은 상상이 되시겠지요.
그리고 그 날 늦은 밤, 그 날이 12월 31일이어서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러 온 식구가 함께 교회로 갔습니다. 새해 첫 시간을 드리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서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함께 갔지요.
정말 은혜스럽게 그리고 차분하게 예배를 드렸습니다. 다른 예배도 그렇지만 송구영신예배는 얼마나 진지(?)하고 분위기 있습니까?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이때부터 이 아이가 헷갈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강단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하는 사람이 낮에 자기와 같은 레벨로 놀던 사람인데, 지금은 그 때 그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심각하게, 그리고 수준 있게(그 아이의 시각이겠죠) 노는 모습이 낮의 그 사람과는 영 다른 사람인 것입니다.
아마도 예배 끝날 때까지 이 아이의 뇌리 속에는 자기와 함께 레슬링 하던 사람과 지금 강단에서 설교하는 사람이 오버랩 되었을 것이고, 마침내 조카아이는 그런 사람을 <이중인격자>라고 정의를 내렸을 것입니다.
조카아이의 질문의 의도를 알고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죄성 때문인가요?)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너 이중인격자로 살지는 않았냐?”라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듯합니다. 마치 깨닫지 못하는 발람 선지자에게 나귀를 통해 말씀하시는 것처럼 말이죠.
새해에는 주님만 바라보는 삶을 소망합니다. 2004년 한 해, 주님만을 바라보는 갈릴리마을 해와달 지체여러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