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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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벗사랑

(2021-09-10 18:14:08, Hit : 165, Vote : 39)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정지훈/메디치) 2021.09.10.

현존하는 인물들 수십명의 이름이 등장하는 책은 원래 관심이 덜 간다.
현존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쉽게 내릴 수 없기 때문이고 그 평가는 항상 오류가 있어왔고 그러면 그걸 읽는데 들인 시간이 아깝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책은 현재 유명 인물들, 그것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그 자리에 있게 한 IT기술의 발전과 흥망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학자가 다룰 수 없는 전문분야의 근현대사를 읽는 느낌이었다.

내가 입학한 학교에는 당시 우리 나라에 3개 밖에 없다는 슈퍼컴퓨터가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1학년 때 수강한 컴퓨터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전산실이 있는 공대건물에 가야 했고, 터미날이 배치된 책상에 앉아 포트란으로 작성한 명령문을 키보드입력하면 컴퓨터실행시간당 사용료를 미리 납부한 선불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었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개인용PC로 불리는 단말기가 등장하는 컴퓨터실이 갖추어지는 시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에서 컴퓨터의 발전이 몇년내에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시절을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교가 되어 배정된 예산으로 타이프에서 워드프로세서에 이어 PC를 직접 구입해야 했다. 당시 용산전자상가에 아는 분 소개로 직접 가서 당시 대중적인 286 AT PC보다 조금 비싼 386 PC를 구매해서 전산작업용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학과 교수님은 내가 산 것 보다 비싸게 286 PC를 샀다고 황당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세계적인 IT기업의 창시자, 공동사업가, 투자가 및 능력 있는 종업원 등이 등장하며 그들이 만들어낸 IT의 역사를 요약해서 설명한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 근거한 거지만 이게 10년전에 초판이 나왔는데 IT역사의 부침이 너무 커서 10년전 책으로는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변화를 새로 담아 거의 새로 쓴 책이라고 했다. 읽으면서 10년전에 쓴 글이 대단하긴 하지만 아마 초판을 읽었다면 그리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세상은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 이 책 역시 몇년 후엔 또 달라진 IT지형 속에서 동일한 평가를 받겠지만, 이렇게 살아온 선각자들이 있었구나 하는 평가만으로도 책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다만 관심이 없다면 역시 읽기에 무리일 수도.

나는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선택한 후 애플빠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아이폰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알다시피 애플은 독점적인 기술과 플랫폼으로 자기가 구축한 세계에 들어와서 누리라고 하고, 반면 구글은 오픈 소스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OS를 통해 누구나 응용한 세계를 만들어 색다르게 누리라는 방식을 취한다. 그동안의 IT 발전역사를 보면 구글이 취한 오픈방식이 옳긴 하지만, 애플이 쌓아놓은 세계가 편리하기에 아직까지도 안드로이드폰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과연 몇년 후에도 애플이 흥하고 있을지는 다음 10년, 아니 5년 후 개정판에서 판정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