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꺼리가 없으면 글이 안 써집니다. 금방 떠오른 소재도 곧 잊어먹고 마는 나이가 된 까닭도 있겠죠. 그런데, 사색의 계절이라서 그런가요? 글로 남기고 싶은 일들이 생기네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서 식사하는 모습 상상해보셨습니까? 허허...오늘 전 그냥 식당도 아닌 이름있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 테이블 차지하고 주문 요리 넘버원이라는 컨튜리샐러트치킨을 먹어치웠습니다^^
과제물을 일찍 이멜로 제출하는 학생 선착순 3명에게 베니건스 식사초대하겠다고 수업중에 공표했더니 몇 명이 보내왔습니다. (요즘 애들 진짜 공부 덜 하네요^^) 약속한 대로 식사초대를 한다고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멜로 송부했습니다. (수신확인이 된 것으로 보아 못 봤다고는 할 수 없겠죠?) 평일에 시간잡기가 그래 일부러 토요일 정오로 잡았는데 그래서 덕분에 보통의 스케쥴이라면 금요일저녁에 부산으로 왔을텐데 오피스텔에 머무른 채 아침에 우유 한 잔, 계란후라이 두쪽으로 요기를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런...아무도 안 오네요. 평소 같으면 밖에서 기다렸을텐데 배가 고파서 안에서 기다리려고 테이블에 앉아버렸기에....이런 정말로 안 오네요. 1인분 식사를 주문하고 결국 혼자서 먹었습니다. 그것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일단 화가 난 것이 사실입니다. 집으로 오는 중에 생각해봤죠. How next? 그나마 수업 중에 잘 듣고 진도에 잘 따라오는 놈들(^^)인데 확 F를 줘 버려(감정적으로 행동할 제가 아니라 뭐 기분상 그렇다는 정도^^)
그래도 제 상식 수준에선 이해가 안 됩니다. 잘 보여야 하는 교수, 그것도 이번 학기만이 아닌 다음 학기에도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 교수에게 찍히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데 연락도 없이 바람을 맞히다니....
다시 학생입장에서 생각해봤습니다.
.....과제물에 대한 포상으로 멜을 받았다. 어..근데 나 말고 함께 먹을 학생 2명이 누군지 모르겠네..이거 가야 하남? 그냥 상품권을 주시지...부담스럽게...나 안 가도 두명이나 올테니 괜찮겠지....그런데 못간다고 연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몰겠다????
일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런 관계도 아닐텐데, 당연히 내야 하는 숙제에 괜히 포상하겠다고 해서 일을 만들고 결국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네요. 5번째 학기 강의를 맡으며 네 번째 맞는 제자들인데 좀더 학생입장에서 가르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지금 대학생들이 고등학생 수준에 못 미치고 있어서 강의를 내 편하게 하면 알아듣지도 따라오지도 못합니다. 그들의 진로까지 책임져야 할 학교의 전임교수는 아니지만 졸업하면서 이 정도는 알게 하고 싶은 욕심에 강사료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시간투자를 하고 있는데...뒤통수 맞는 기분입니다.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요즘 세대가 점점 개인화되고 사회생활에 무지하다보니 예의도 없어지고 자기가 한 행동이 얼마나 큰 결과를 양산하는지도 모르죠. 이와 같은 일을 당한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절교입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 한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까지 아니더라도 상식 선의 예의가 없으면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죠. (요즘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부서에 배치받은 신입들이 실력은 출충한데 술 먹고 아침에 안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중간관리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듣기도 합니다)
궁금해지네요. 이런 일을 벌인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표정으로 들어올지...이거 사회학 연구 제목으로 삼아도 되겠습니다. 2000년대 대학생의 의식상태조사^^ 최대한 학생 입장에서 변명꺼리를 생각해봐야겠네요. 갑자기 집안에 큰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되었습니다 라던가 교수님 연락처를 몰라서 말씀 못 드렸다던가..그래도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데용^^
ps. 다음 수업시간에 밝힌 세명의 진술...약속날짜 잘못 알았어요, 확인 안 해주셔서 빈말인줄 알았어요, 메일 못 받았어요...실제로 이 학생에게 메일이 반송되어왔었다. 그걸 수신확인처리 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기에 오해했었다.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1-01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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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1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 밥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