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뒤에 세차를 하지 못했었다. 오늘 모처럼 마음 먹고 자동세차장이 있는 길을 일부러 택해 달렸다. 예상대로 세차장입구에는 줄 지어 기다리는 차가 예닐곱대는 된다. 15분 이상 소요될 것 같았다. 먼저 충전부터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스충전기 앞으로 차를 몰아갔다. 주유 혹은 충전차량에 할인쿠폰을 주기에 몇장 모으면 세차비가 2,000원밖에 안 된다. 일반세차장에서는 15,000원이나 들고 실내까지 청소해주지만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런 세차는 몇 달에 한번이면 족하기에 맥도날드의 드라이브인 서비스를 이용하듯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잠깐만에 외부세차를 끝내는 자동세차장을 찾는 게 내겐 이익이다. (차가 상한다느니 하는 소리는 처음 차를 사고 몇 달간이지 이미 구닥다리인 내 차의 외관에 그리 신경쓰는 편도 아니다^^)
충전을 마치고 세차장입구로 차를 돌렸다. 여전한 인기다. 대기차량이 줄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도로쪽까지 차가 서 있어서 나는 반대쪽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좀 있다 다른 차가 도로쪽에서 대기하려고 정차하는 것을 봤다. 어..저 차가 나 보다 뒤에 왔는데 양보 안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차기를 빠져나가는 차가 있어서 대기줄의 차량이 앞으로 간다. 나는 맨 뒤에 정차한 차에게 상향등으로 싸인을 보냈다. 내 차례라는 의미. 그 차는 알았다는 듯 앞으로 가는 것을 그만두고 섰다. 나는 그 사이로 끼어 들었다. 그런데 주유원 중의 한 명이 내 차로 다가와 차 위치를 바로 하라고 한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하던 중이라서 후진을 하는데 그 주유원 황당하게시리 맨 뒤에 온 차를 나보다 앞서 당겨세운다. 창문을 열고 내가 먼저 왔다는 표현을 했더니 설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나보고 뒤로 가란다. 이런 황당한....
창문을 열고 무슨 소리냐고 내가 먼저와서 기다렸는데 ...
그 쪽에서 대기하는 것은 무효란다. 도로 까지 차가 서 있어서 그랬다고 해도 차를 뒤로 백해서라도 줄을 서야지 그 쪽에 서 있는 것은 인정 못하겠단다.
아니 그 맨 뒤차 운전자가 이미 나의 우선권을 인정했는데도 말이다.
이미 뒷차량은 내 앞으로 진행했고 다소 억울하지만 뒤에 서야 했다.
서 있는 동안 주유기로는 차량이 안 오고 세차하려는 차들은 계속 줄지어 도로 변으로 넘어선다. 그 직원은 한번씩 내 쪽을 응시한다.
내가 다른 사람처럼 마구 화를 내지 않아서 다르게 봐서 일까.
아니면 자기 생각에도 황당한 행동을 했는데 그게 좀 미안해서 일까.
그도 아니면 자신의 얼토당토 않은 지시에 순순히 응하는 약자(?)에 대한 소인배의 치기일까(^^)
참으면 복이 온다.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그 직원의 자세가 안 된 것은 사실이지만 뭔가 틀린 일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고 그냥 넘어가 주는 것이 좀 나을 것 같다. 물론 결코 이 사실이 내가 잘못한 것으로 인정되는 바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화라도 냈으면 이렇게 이해를 구하는 글을 메인페이지에 쓸 수 없었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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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