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결과가 발표되었다. 출구조사 결과의 예측오차편차를 감안해도 이미 MB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87년 선거권을 가진 이후 대선 투표성공률은 50%였는데, 오늘로 2승3패가 되었다.
얼마전 변호사 친구와 업무적인 얘기를 나누었었다. 내 논리대로라면 국세청의 과세주장은 억지라서 재판에 가면 이길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논리적으로는 그렇다면서도 자기가 재판을 해보니까 논리적으로 안 되는게 재판이더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어찌 재판에서만이겠는가? 이번 선거를 봐서도 그렇지 않은가? MB를 찍은 사람을 무식한 사람이라든지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당장 오늘 투표장에 가서도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가 인장을 찍으려는 그 1초간에서도 누구를 찍을 지 결정할 수 없었던, 그래서 사표라도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맘에 들지 않아도 찍을 수밖에 없었던 반MB진영의 사분오열을 선거의 결정적인 패배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어제 기말고사감독을 했다. 공부도 안하고 학점을 따고 졸업하려는 학생들에게 그래도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 )넣기 시험을 쳤다. B4용지 앞면 가득히 책 곳곳에 한번이라도 책을 정독했다면 반 이상은 상식적으로 넣을 수 있는 문제였는데...예상을 빗나갔다. 와..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는 것인가? 이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졸업을 시켜도 되는가? 내 수준만큼으로 그들을 놓지 않더라도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회는 이렇게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다. 노무현정부가 지난 5년간 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은 것을 노무현은 여전히 이해 못할 수 있다. 국민들은 민주, 반민주로만 구분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란 것을 이제라도 알았을까? 국민들 대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광고하고 교육한다고 하더라도 그 짧은 기간에 높아지지 않는다. 도덕적인 대통령을 뽑았더니 요거밖에 못하더라는 국민 다수의 반응은 이번 선거에서 확실히 보여줬다. 덜 도덕적이더라도 능력있는 자를 뽑아봐야겠다고 투표한 국민들의 상당수가 생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 물론 그 선택의 결과는 앞으로 5년간이 증명해줄 것이다.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덜 도덕적인데 능력이라도 있었는지 아니었는지..
이제 뚜껑은 열렸고 결과는 나왔다. 승자쪽이든 패자쪽이든 새로 시작해야 할 과업만 남았다. 12월 19일에 태어나서 12월 19일에 결혼하고 다시 12월 19일에 대통령에 당선된 MB가 정녕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인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일은 분명히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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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9 17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