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시트콤이 재미있어 지켜봤지만 요즘은 누구 말마따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 정기적으로는 안 본다.
일일드라마 시청률전쟁에서 KBS에 늘 선두를 빼앗긴 MBC가 과감하게 일일드라마 시간대를 앞당기고 "거침없이 하이킥"이란 시트콤을 내세워 승승장부하고 있다.
환갑을 넘긴 이순재가 '야동순재'로 불릴만큼 화제가 되고 있고 적절한 캐릭터들이 두 가지 사건을 이어가는 포맷--순풍~의 김병욱PD가 합류해서 그 냄새가 많이 난다--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문득 틀어놓은 화면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고 있는데 앞 줄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이혼한 며느리 신지가 시어머니랑 동서에게 한턱을 쏘는 장면이 나왔다.
대식가 아주버님인 정준하가 참석하면 도무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이리저리 빼다가 절묘하게 정준하게 다른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로 잡아 고깃집에서 두 여자분을 대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식사 도중에 결혼식에 참석했다 점심도 못 얻어 먹고 온 정준하가 합류하게 되면서 밥값이 너무 많아져 난감해하는 가운데 동서인 박해미가 "나한테 사준 값만 내도록"하는 배려를 보임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나도 성공해야겠다"는 도전의식을 고취하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끝난다.
이번 화의 기획의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적절한 웃음과 난감한 상황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에피소드랑 그리 다르지 않았고 결론도 괜찮았다......만
이건 비상식의 극치가 아닐 수 없고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위화감과 함께 계층갈등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제작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자 1, 여자 3 총 네 명이 점심시간에 고기를 아무리 먹는다고 해도 104만원이 나온다는 말이냐?
1인분에 4~6만원짜리라는데도 문제가 있지만 두자리 수 인원이 참석한 것도 아니고 달랑 4명이서 104만원어치를 먹어댄다는 것이 드라마 그것도 일일 드라마 황금시청시간에 어울리는 소재냐는 말이다.
104만원을 울며 겨자먹기로 결제하러 간 신지가 종업원이 14만원이라고 할 때 난 "그러면 그렇지. 신지가 계산을 잘못한 것이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90만원을 박해미가 이미 계산해서 남은 식대라고 결론을 내리니 이거 어디 팔짝 뛰지 않을 놈이 있냐는 말이다.
신지는 그런다.
그래 나도 꼭 성공해야지.
즉 그말엔 나도 이담에 저렇게 난감해하는 상황에서 박해미처럼 턱하니 90만원을 폼나게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져야겠다는 말 아닌가?
10대가 특히 많이 보는 시트콤인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 살려면 저 정도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서 오버를 했다고 제작진을 감쌀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생각을 제작진이 해야 하지 않는가?
시청자를 향해 한방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 그들의 변명을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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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6 거침없이 하이킥 ...for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