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었든 어떻게 살고 있든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접하면 반갑기 그지 없다.
너무 피곤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이 때
늦은 밤 아무도 기다리지 않은 방에 들어와 불을 켜고 TV를 켰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창에 뜬 이름은 서울 사는 선배.
이 늦은 밤에 웬 전화?
받으니 아내랑 같이 귀가하다가 내 말이 나와서 전화를 했단다.
그리고 바꿔준 형수님.
무척 반가워하는 목소리에서 19세부터 줄줄이 세명이나 자식을 둔
주부 목소리가 아닌 그 시절의 목소리로 들리는 것이 아닌가.
기숙사의 터줏대감처럼 우리방에 매트리스를 깔고 늦게 시작한 공부를
열심히 하시던 선배였다. 그리고 결혼한 형수님은 국문학을 전공했던 걸로 기억한다.
두 분이 신혼살림을 기숙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차려서 집들이를 간 기억이 난다.
마장동 신혼집에 갔을 때 제일 놀랐던 점은 두 가지.
하나는 좁은 방을 가득 채운 책장.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한 흔적이 가득한 형과 형수님의 책들이었다.
전시용 전집이 아닌 책들이어서 감탄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TV가 없었다는 사실. 신혼집에 TV를 두면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한다나 어쩐다나^^
생생한 기억을 되살려준 선배와 형수님의 전화에 감사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쁨을 주는 메신저로 함 놀래주어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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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형수님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