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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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벗사랑

(2022-11-19 16:46:09, Hit : 81, Vote : 13)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창비) 2022.11.19.

몇번 듣다보니 이 책의 구매욕을 자극했던 광고문구는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출판된 책이 1쇄, 2쇄를 연이어 찍게 되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책들 중에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 출판사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한다.
독서인구가 많을 때는 유명서점의 신간코너에 배치하는 걸로,
고만고만한 책들 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확 뛰는 제목으로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으면 일단 자본의 힘으로 물량광고를 때리는 방식으로..

제목은 일단 올해 인기드라마였던 JTBC <나의 해방일지>를 차용했다고 본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를 통한 소개마케팅도 한몫했다. 유시민이 올해 제일 좋은 책이라고 한 걸 들었다.
그 중에서도 안 읽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첫 문장의 강렬함이었다.

공교롭게도 11월 들어 지인 세 분이 일주일 사이에 별세하셨다. 지인들의 장례소식을 듣게 되는 일이 잦아진 것은 나이에 비레한다. 지인의 장례식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적 의례이기도 하지만 장례식장의 상주로서 3일을 지키는 일은 자주 경험하지 못한다. 나도 5년전에야 마지막 상주역할을 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에 쉰 언저리의 미혼의 딸로 상주가 되어 아버지의 장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소개하는 스토리를 적어갈 수 있는 것은 웬만한 필력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일임을 이해한다.

학교에서 책에는 있어도 배우지 않고 지났던 해방후 현대사는 부끄러운 쿠테타의 역사를 가진 집권세력의 우문화정치의 한 수단이었던 현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일본이 강제로 한반도를 불법점거 35년을 자국의 교과서에서 삭제한 일본을 비난하면서도 우리 기득권세력들은 국내에서 벌어진 4.3 사건이나 여순반란사건을 드러내려 하지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류의 소설을 만날 때면 진짜 허구인지 사실인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만일 내가 그 마을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면 기가 막힌 우리 나라 현대사
그것을 입다물고 마음이 병든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을 읽게 된다.

그리고 철저한 사회주의자로 산 아버지를 닮았으면서도 절대 다르게 살려고 한 작가의 진심어린 고백과 현실 인정을 반추해본다.

아버지의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지적하면서도 그게 또 인간의 한계임을 느끼게 한다.
세월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게 하고 철천지원수라도 조문을 하는 행동을 통해 위선과 후회와 반성의 경험을 하게 한다.
두시간 반이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