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8 홍콩에서의 둘째날 오후

센트럴 역에서 내렸다. 여기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갈 생각인데, 사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사진으로는 볼 수 있겠지만, 그러면 굳이 여행도 올 필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약간 경사가 있는 골목을 올랐다. 근처에 "소호"지역이 있어서 관광명소이긴 하나 휠체어로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닌 듯했다.
골목길에서 현지인에게 물으니 조금 가면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음 이거구나. 슬로프 형태의 에스컬레이터. 저 입구를 찾아야 했다.

입구를 만나니 반갑다. 그런데...

오르막길은 에스컬레이터. 내리막 길은 그냥 계단.
아...이 정보를 왜 가이드북에선 못 찾았지? 그냥 대충 읽었던 걸까?
그래서 아까 지하철에서 도움 주신 분이 휠체어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고민해야 했다. 그냥 보조기에 목발 짚고 왔다면 무리해서라도 올라가서 내려오겠다고까지 생각하겠는데...
여기는 오전에만 에스컬레이터 정상에 사는 사람들의 출근을 위해 하행방향으로 사용하고
오후에는 밤까지 그냥 상행방향으로 사용한다는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무모하지만 그냥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다른 내려오는 길이 있을 거라고 믿고^^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슬로프에스컬레이터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갑자기 내리막 계단형 에스컬레이터가 나타났다. 아...대박이다. 부정적 의미로.
고민해야 했다. 이거 어떻게 내려가지. 망설이고 있으니
갑자기 현지 홍콩여인이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헉 체형도 보통인 아가씨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그냥 뒤로 내려오게 하면 되니까 믿으란다. 또다른 어르신도 거든다.
자기를 믿으란다.
사실 난 휠체어 초보. 이론적으로만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실제로 준비부족이었다.
이미 보조기도 목발도 호텔에 두고 편하게 나온 상태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휠체어로 에스컬레이터 내려오기 성공했다.
나 이날 홍콩에서 다른 것 못 봤어도 내 인생에 큰 '성공'하나를 이룬 셈이다.
나를 도와주었던 여자분도, 어르신도  휠체어 탄 이의 감격에 함께 기뻐했다.
다시 오르막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겠냐고 묻기에 올라가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가파른 경사로도 도움을 받아 내려섰다.
이제 나 혼자 갈 수 있겠다고 하고 감사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센트럴 역까지 돌아오는 길이 상당한 경사로였고 보행로가 끊기고 차로를 이용해야 해서 힘겹기도 했지만
너무 기분 좋았다. 보조기 상태로 걸을 때는 힘은 들어도 갈 수 있었던 길인데 휠체어로만 이용하면서 여행의 편리성만을
생각했기에 미처 몰랐던 휠체어 장애인의 입장을 확실히 느꼈던 시간이어서다.
8시에 열리는 심포니오브라이트(레이저쇼)를 감상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 아침에 왔던 육교형 통로를 이용해
선착장으로 가는 중 옆에 애플로고가 선명히 찍힌 애플샵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는 IFC 몰이다. 당시 국내보다 먼저 출시된 아이폰6를 만져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가던 길을 돌아 애플샵에 들어갔다.

아이폰5의 작은 화면에 만족할 수 없었던 나로선 6냐 6+냐에 상당한 갈등을 하고 있었는데
직접 만져보고 나서 그립감이 나은 6를 선택했다^^(여행후 다음달에 국내 출시됨)
 

애플샵에서 본 선착장으로 향하는 통로
 

다시 반대편 애플샵을 약간 원거리로 찍으니 바로 아래가 대중교통로다.
 

침사츠이행 스타페리를 타기 전에 subway에서 샌드위치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해질녘 풍경을 한 컷

10분이면 가는 거리라서 굳이 빨리 탈 이유가 없다. 아까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못 가본
완차이, 어드미럴티 역의 지상풍경을 보고 싶어서 해변로를 달렸다.
센트럴--완차이--어드미럴티--코즈웨이베이  로 이어지는 츠엔완선 지하철 역의 바깥풍경을
해변을 달리며(?) 감상했다.

 

당시 홍콩시위를 주도한 젊은 대학생 그룹들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시위는 보통 밤에 열렸기에 SNS로 집결 지시를 받으면 가까이 있다가 가기 위해서겠지.
여행시기를 결정함에 망설여졌던 홍콩시위여서 관심을 갖고 기사들을 읽었던 터였다.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장을 선출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젊은 층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역시 '중국'은 그걸 인정하지 않아 발생했던 사건이었다. 이후 큰 사고 없이 사라지고 말았지만 홍콩인들의 본토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한 것 같다.

스타페리를 타고 돌아왔다. 침사츠이 해변은 내일 돌아볼 생각이지만 심포니오브라이트를 감상하기 위한 장소를 찾아 해변으로 향했다. 유명한 시계탑. 그리고 좀전 홍콩섬 해변에서 찍었던 건물을 바로 건너편에서 본다.
 

해변에는 레이져쇼를 기다리는 관광객, 현지인들이 가득하다.

교향곡이 흐르는 가운데 레이져쇼가 시작되었다. 야 장관이다.
이걸 배 위에서 보는 관광상품도 있다. 좀 비싸지만^^

10여분의 심포니오브라이트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아침에 본 복면가왕^^분수대의 야경이 색다르다^^ 여기가 헤리티지 1881 이라는 쇼핑몰이라는구만^^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