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본 TV드라마 논스탑4의 한 장면.
책상앞에 앉은 남자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보통 방을 생각할 때 책상은 벽에 붙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TV를 볼 때 카메라는 벽쪽에서 책상 앞에 앉은 남자를 찍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해주기 위해 책상 위에는 여러 권의 책이 놓여 있다.
한 눈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법률서적만 잔뜩 쌓여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책꽂이에 꽂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은 책은 빨리 혹은 자주 보기 위해 (간혹은 귀찮아서^^) 놓는다.
그러므로 이 책이 무슨 책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책명이 적힌 부분이 책상에 앉은 학생을 향해야 하고
그러면 벽쪽에서 찍은 카메라에는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시청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저렇게 쌓아놓는 거야 하는 이미지 밖에는 인식할 수 없고 그가 고시생이라는 것을 알리는 다른 방식이 더 필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TV는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밖에 없다.
사무실에 앉아서 책을 본다.
아무리 깔끔떠는 성격일지라도 내 책상위에도 너저분하게 책이며 연습장, 신문이 쌓여있곤 한다.
그러다가 한번씩 정리를 한다.
내가 사무실에서 보고 있는 책은 업무와 관련된 책이다.
나는 TV에서처럼 시청자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가끔씩 거래처 손님이나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그들을 만날 때 볼펜 한 자루와 연습장만 있으면 되지 다른 소품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우스운 사실은 내가 책을 정리해 놓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책명이 보이도록 놓을까 아니면 반대로 놓을까^^
TV는 현실과 다르게 전달한다고 썼는데 곧바로 내가 그런 전달방식을 쓰려고 한다. (우습지 않나?^^)
난 보지 않으면서 과시용으로 전시된 책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서 6년 보내고 집으로 내려올 때 거의 책은 몇권 안 들고 내려왔다.
이만큼 공부했어요 라고 과시하는 것보다는 실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는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집을 방문한 사람이 벽 전체를 가득 메운 책을 보면 일단 책 많이 읽는 사람, 교양 있는 사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장식용 책이 많이 팔리곤 했다. (특히 전집시리즈^^)
이젠 모든 정보를 CD 한장에 아님 대용량 하드디스크에 담아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그런 것은 시대에 뒤쳐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바로 앞서 예를 든 TV가 설명하는 방식과 또 내 책상 위의 책 배치에서도 나타난다.
내가 아무리 실질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6-22 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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