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년전에 걸었던 하교길을 모처럼 걸었다.
지금은 아파트가 자리잡은 고등학교.
가방은 이모님이 가져가시고 늘 혼자서 걸어오던 길이었는데
그날따라 비가 많이 쏟아졌다.
내가 걸을 때는 옆에 누군가가 우산을 받혀주면 둘다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러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어도 사양을 한다.
평지 길을 한참 걷고 나면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길을 걸으며 많은 이들의 원숭이가 되고 마는
시절이었다.
(비 맞으며 걷는 나를 보고 감상하는 이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보니
그럴 것 같네 뭐^^)
몇 번씩이나 쉬면서도 완전히 젖어 버린 탓에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이제 산복도로에 올라섰다. 평지보다는 약간 내리막길의 아스팔트를 걷는데
어느 여학생이 우산을 씌워준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수줍은 사춘기에
그 친절을 어찌 감사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친절을 베푸는 이가 오히려
다 젖을 수밖에 없음을 알기에 사양해야 했다.
맑은 날 그 하교길을 걸을 때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그러니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하지 않았을까^^)
한동안 걷지 않아서 지치기만 했던 산책길에 자신이 붙었다.
아직은 걸을 수 있는 내 몸 컨디션이라는 것이 반갑다.
물론 그렇게 땀을 뺐건만 체중계가 그대로라는 사실은 여전히 불만이지만 말이다^^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1-01 17:59) |
|
2006/09/24 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