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채널을 돌리다보니 동물의 세계를 그린 다큐가 방영되고 있었다.
다른 볼꺼리가 없어서 한참동안이나 보고 있으니
18개월간 비가 내리지 않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맹수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기,건기가 반복되는 특성상 한참 메마른 대지에도 시간이 지나면 비가 내리건만 계절이 두번 바뀔 동안 가뭄에 지치다보니 말라버린 물줄기 주변에 서식하는 맹수들의 약육강식이 역겨울만큼 드러나고 있었다. 수개월간 이들의 세계를 근접촬영하고 있는 촬영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처절한 맹수들의 세계만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보기에 정말 민망할 아니 구역질나는 사건이었다.
사자는 선천적으로 하이에나를 싫어한다고 한다.
하이에나가 사자 무리 근처에 접근하다가 사자에게 밀려 도망가는 장면이다.
그러다 한 놈의 하이에나가 다리가 부러져 더 도망 못가고 있다.
방금 전 사자는 물소를 사냥해서 배가 부른 상태라서 사냥의 의욕은 없건만 제일 싫어하는 하이에나인지라 잡아 먹을 것도 아니면서도 죽이고 만다.
이 장면을 위해서 고공카메라를 사용했는지, 아니면 직경 1m 물체도 다 잡는다는 인공위성카메라를 이용했는지 모르지만
상공에서 찍은 적외선 카메라에 온기가 없는 무생물로 변한 하이에나의 모습이 잡히고, 사자는 돌아간다.
곧이어 하이에나 동료들이 돌아왔다. 그리곤 같은 동족인데도 잡아 먹는다. 학.............
장면 두번째.
표범류의 일종인 점박이 맹수--이름이 낯설다--가 영양 한마리를 사냥했다.
이놈은 맹수임에도 불구하고 약탈에 능한 하이에나에게 뺏길 것을 염려해 먹이를 물고 나무에 올라 앉는다.
그런데 이번엔 사자 세마리가 나무밑으로 다가온다.
사자는 나무를 타지 못한다.
그래도 배가 너무 고파서일까. 한 놈이 나무를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나무 위의 맹수는 먹이감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에 긴장상태다.
사자는 간신히 나뭇가지를 타고 오른다.
맹수는 더 이상 먹이감을 놓지 않고 있다가는 자신의 신변도 위험할 것 같아서 먹이를 떨어뜨린다.
나무 밑에서 기다리던 사자들이 먹이에 달려든다.
닭쫓던 개처럼 나무에 올랐던 사자가 먹이 때문에 다시 내려오려고 하는데 이거 정말 어려운 모양이다.
결국 미끄러진 사자는 나뭇가지에 떨어지면서 허리가 작살난 모양이다. 그대로 죽어버렸다.
맹수는 다행이다 싶어 나무를 내려와 도망갔다.
한참 있다가 동료 사자들이 달려왔다.
나뭇가지에 걸려 죽은 동료사자를 잡아 당긴다.
그리고.
아...동족을 잡아 먹는다.
이런 나쁜 놈들...(그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법칙이겠지만 말이다)
첫장면에서 사자가 물소를 덮쳤을 때 동료 물소를 구하기 위해 도망갔던 물소 떼가 다시 돌아와 사자들을 내쫓던 장면이 있었다.
이미 피를 많이 흘렸고 일어서지도 못하는 동료 물소를 부축하려는 동료들이 더이상 가망 없다고 생각해서 그 장소를 떠나는 장면이었다.
초식동물들은 서로를 먹지 않는데
육식동물들은 피붙이조차 먹어치우는구나.
왜 KBS 동물의 세계에서 이런 장면이 보여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풀린 셈이다.
이것을 자라는 아이들이 볼 때의 충격을 어찌할 것인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동물의 세계.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선량한 동물들의 이미지가 비현실적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사실 다큐를 권장하며 보여주고픈 생각은 나도 없다.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1-01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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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5 내쇼날지오그래픽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