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을 하면 이상하다고 하죠. D-Day로 표시하면서까지 의미를 더 부여한 2006년 10월 30일이 되었습니다. 만으로 진짜 빼도박도 못하는 마흔이 되었습니다. 피하고 피하려고 했던 마흔살 인생시대를 더 이상 나의 시대라고 아니 할 수 없다는 사실인 거죠.
어제 지하철투어를 하면서 MP3P를 목에 걸고 이어폰을 꼽고 다녔습니다. 저 보기에 여전히 서른초반, 조금 더 심하게 낮춰잡으면 이십대후반으로도 보입니다.(희망사항일 수도^^) 별로 어색하지 않는 모습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답니다. 한 무리의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애들이 지나치다가 웃더군요. (물론 다른 이유로 웃을 수도 있는데,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스스로 해석해버렸습니다^^)
왜 굳이 마흔살에 의미를 둘까요? 그것은 사실확인한 바 없이 구전되고 있는 한 문장 때문입니다. 링컨대통령이 그랬다고 알고 있는 말. "마흔 살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제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내 모습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럭저럭 마흔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동시대의 사람들과는 적어도 다르게 살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언어표현을 보면 어떨 때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에 어이가 없기까지 합니다. (저 나이에 저 정도밖에 안 되는가...)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교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부심의 한계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아무리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을 실망시켰으며 저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면 성공한 것도 아니요, 잘 산 것도 아니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 모습입니다.
그러나 제겐 아직도 꿈이 있습니다. 여전히 그 꿈은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일 뿐입니다. 어떤 꿈인지 사실 저조차 잘 모릅니다. 아직도 꿈을 꾼다고 하면 그 나이에 무슨...이라는 사람도, 아..그래 정말 멋지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나이는 지나 버렸네요. 제가 추구하는 바를 꾸준히 걸어갈 뿐입니다.
흔히 어린애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직업으로서의 꿈은 제가 상정한 꿈이 아닙니다. 해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씀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린 압니다. 살아가는 동안 남이 걸었던 길을 걷는 것이 꿈의 실현일 수도 없고, 남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어 이름을 내는 것도 꿈의 대상으로는 걸맞지 않다는 것을.
"꿈만 꾸다 이 세상을 뜨다"라는 묘비가 씌이는 한이 있어도, 지금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살고 싶습니다. 체력이 가장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에 안주하면서만 살고 싶지는 않네요.
생일을 하루 앞둔 주일 오후에 지현,나현,서현 세 조카들과 누나, 매형, 그리고 이모님이 함께 식사를 하고 긴 초 4개를 꽂은 생일케잌을 잘랐습니다. 이런 생일잔치도 참 오랜만이네요. 순간일 뿐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 아니겠습니까.
일흔 일곱 할머니가 되어 계신 이모님이 생일이라고 일부러 싸주시겠다고 하신 아침 김밥을 기대하고 생일날 아침을 맞이하려 합니다. 제 홈의 단골이거나 유령이거나 모두에게 저의 마흔 인생 출발을 선언합니다. Be Happy!!!!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1-01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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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My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