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한 말 정도 흘리며 걸었다. (^^중국식 과장법)해안 산책로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늦은 밤이라서 그런가 어두운 바닷가에 아주머니들--내 눈에 아주머니니까 50대이상이다^^--이 떼를 지어 몰려와 물에 몸을 담그고 쉬고 있었다.
귀에 MP3P 이어폰을 꼽고 걷는다. 얼마나 들었는지 다음 곡이 무엇인지 떠오르지만 따라서 부르지는 않는다.
문득 아버지랑 걷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처럼 여름날씨에 햇살이 더 강해지기 전인 아침나절에 아버지는 운동하도록 시키셨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셔서 바닷가에 가서 수영을 하시던 아버지는 그곳까지 걸어오게 하셨다. 당시 나의 보행속도는 지금의 서너 배는 더 걸릴 정도의 걸음걸이었다. 집에서 1 km 정도 거리인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평지만 있는 게 아니고 처음에는 완만한 내리막길을 가다가 한참 가파른 길--이송도 미니아파트에서 백련사까지 오르막길--도 있다. 캄캄한 새벽 해안도로를 걸을 때면 그길이 얼마나 먼지 모를 정도였다. 쉬는 시간을 줄이면 해가 뜨기 전에 아버지가 수영하시는 절벽 위에 도착한다. 아버지가 바다에서 수영하시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 아버지는 손을 흔드신다. 이제 나의 의무는 끝났다. 이제 빨리 돌아가서 씻는 게 다음 과업이다. 해가 떠 오른다. 중간 정도 올 때쯤이면 아버지가 벌써 나를 따라 잡으신다. 힘겹게 걷는 나와 보조를 맞추시고 말씀을 해주신다. 당시에는 걷는 것이 너무 짜증스러워서 나와 그렇게 동행해주시는 아버지의 존재를 고마와하지 않았다. 빨리 오르막길을 올라 집에 들어가 씻고 싶은 마음 뿐이었을테니 말이다.
오늘도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을 흘리며 걷다가 쉬며 헐떡거리는 순간. 그렇게 동행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이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새삼 느낀다고나 할까.
고독...동행...
생각하며 걷는 길이 즐거웠다.
비록 예전만큼의 속도를 낼 수 없어 허걱거리는 내 모습에 실망도 하지만....몇달 후에 보자. 아자아자 참벗^^
* 참벗사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1-01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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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5 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