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릅뜨신 눈은 내 얼굴을 쳐다보시고 약하지만 힘이 들어간 손은 내 손을 굳게 잡으신다. 링거를 매일 맞으시지는 않지만 수치가 안 좋을 때는 맞으시는데 벌써 4년째 병원 생활을 하시다보니 이제 혈관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급하게 호출이 와서 전화를 하니 가슴쪽에서 혈관시술을 해야 하니 싸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심장 가까이에서 시술을 하니 위험한 모양이다. 일을 마무리 하고 빨리 퇴근해 병원에 갔다. 간호사의 설명을 들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상태이고 또 담당의사와도 연락이 안 된 상태인데도 지장을 찍어주지 않을 수 없다. 왼쪽 발가락이 위험해보여지는 상황에 이르렀기에 혈액순환제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수술동의서를 썼던 몇 년만에 찍은 지장이다. 물로 씼었는데도 아직 빨간 인주자욱이 남아 있다...많이 아프셨을텐데 인내력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의사 샘의 말을 전해듣고 아버지의 눈을 봤다. 너무 힘들게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있을 때는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 나래를 펴던 상상의 세계나 사회에서의 내 위치나 그런 잡념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아버지만이 보일 뿐이다.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고개를 들고 병실 TV를 쳐다봐야 했다. 아버지는 계속 나를 지켜보신다...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당하시는 고통을 내가 대신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병상을 떠나는 내 모습. 휴~...철 늦은 겨울비가 싸늘한 공기와 함께 세상을 적신다. 아직 겨울이 떠나가기 싫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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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