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22일은 무려 8년이 지난 시간이지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장마철에 들어서서 비가 내리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며칠전부터 나모웹에디터를 이용해서 무료서버에 올리는 작업을 했었다. 6월은 나의 비즈니스 시즌이 아니라 여유가 많은 시간이었다. 아래 1000일에 쓴 글을 읽다보니 옛 감회에 젖는다. 아...근데 그 때 나에게 도전을 주었던 "꿈장이"님은 아..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지...부산 출신이란 점에서도 퍽 친근하게 느껴졌었는데...게시판에 올라 오는 낯선 사이버 손님들의 방문에 감사했고, 오래 지속되지 않았어도 전국 여러 곳에서 익명으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답변 다는 재미가 솔솔했었다. (처음 시작한 일은 나이가 적든 많든 누구에게나 호기심 해소차원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은 그래서 재미난 것이고 그것은 이 땅에 사는 날까지는 계속 지속될 것이다. )
2000일째는 번개모임을 가졌었다. 많이 오지 않아 조금은 섭섭했지만(^^) 나름대로 좋은 만남이었다. 그 날의 기록을 읽어보니..지금과 변한 것이 있네...아버지가 병중이셨어도 아직 곁에 계셨다는 사실...이제 내겐 남은 사람이 없네..여담이지만 며칠전 TV에서 "솔로몬의 선택"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발견한 사실. 국민연금을 가입한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이 연금을 수령하는데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가 18세미만이 아니면 연금이 없다고 하네..개인적으로 법으로 강제한 국민연금제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으나 국가가 정한 법을 어길 수 없어 의무적으로 가입하였고 또 연금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뉴스를 접하며 그거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갑자기 서글퍼진다. ㅠ.ㅠ
2000일째 행사를 가지면서 3년이 채 못 될 즈음에 닿게 될 3000일째 행사는 더 거대하게 치러야지 하고 마음 먹고 공언했던 것 같은데 조용하게 보내고 간단히 그 날의 소회만을 적는 것으로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이 게시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2월 이후 무려 7개월씩이나 일방통행적인 폐쇄적인 사이트로 변모한 탓에 이 날의 흔적마저 떨어지는 낙엽에 불과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떤 날을 기념하는 것은 꼭 의무는 아니다. 100일, 200일, 1000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유행이 된 탓에 나도 이렇게 날짜에 집착하지만 다른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의미를 부여한 이상 지난 날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다짐하는 행동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시작이 반이지만 끝내는 것은 반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금도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홈페이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무료서버에 만들어놓은 경우거나 유명했던 고인을 기리기 위해 사이버공간에서는 살아있는 사이트로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사이버세계에서도 활동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나의 생각을 일기장 혹은 지인에게 쓰는 편지에 담았던 시절에 비해 혼자서도 넋두리하듯 사이버공간에 써놓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에게 미리 예정한 시각에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존재하고 있다. 혼자서도 너무 재미나서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대를 이미 살고 있다. 하지만...사람은 역시 혼자서는 외롭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과 같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며칠전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서는 20년째 신문수집을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일명 신문맨--이 소개되었다. 이미 10년전에 소개한 바가 있었는데 10년후에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확인차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매일 나오는 모든 신문을 보급소를 방문해 수거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신문은 우체국 개인 사서함으로 받아 수거하고 그것을 일일이 깨끗이 펴서 그 날 발간된 모든 신문을 한 권짜리로 철하고 개인 창고에 보관까지 하는 그의 정성. 아마 그는 그런 일을 하는 이 세상 유일한 사람이리라. 그가 신문 수집을 하는 목적은 일일이 다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문정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과거 자료를 쉽게 찾게 하고자 함이었다고 하는데...그게 처음 시작할 20년전에는 분명 가치있는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 방송을 보고 그에게 동조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이제 모든 신문사가 자신들이 발간한 신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종이신문으로 보관하지 않고 컴퓨터에 저장해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자신의 수입의 70%에 이르는 매달 200여만원의 개인지출을 지불하면서까지 모으는 정성이 솔직하게 미련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뭐라 지적하기는 그렇지만 그렇게 보내는 그를 어떻게 말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20년동안 그 일에 미쳐서 즐기고 있단 생각도 든다. 어쩜 그도 이것이 미련한 짓이란 것을 알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서 내가 느낀 것은 나의 사이버라이프에 대한 생각이다. 그에 비추어 나의 사이버라이프도 그런 비난에 직면할 수 있겠다는.... 너의 사이버공간에 대한 시간투자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네 공간보다 얼마나 유익하고 좋은 사이트가 많냐고.
너의 사이트를 방문하고서 얻을 것은 하나도 없고 네가 읽은 책, 본 영화 등을 통해 너 스스로 책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본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자랑꺼리라도 되는 지는 모르겠다^^)
3000일을 맞으며 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돌아본다.
나는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이런 자질구레한 소회를 읽어주는 나의 벗들에겐 늘 감사한다. 부디 모두가 행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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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8 3000일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