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그친 해안산책로에는 평일임에도 운동삼아 나온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다.
며칠만에 걷는 거라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흐르는 땀도 바닷바람에 날라갈 정도의 날씨라 차츰 가벼워졌다.
여유 있는 산책길로 생각하면 천천히 사람들도 관찰하고 바다풍경도 즐기며 걷지만 땀 흘리기로 작정한 터라 땅만 보고 걸을 때가 많다.
한참 걷다 고개를 드니 4,5미터 거리에서 뛰어 오는 UFG와 눈을 마주쳤다.
UFG. Unidentified Foreign Girl의 약자로 방금 내가 만들었다(^^)
얼마전부터 주말 산책을 시작하며 같은 시간대에 스쳐 지나가는 그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검정(짙은 남색인지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해안산책로 825미터를 세 번 왕복하고 돌아간다. 그곳에서 조깅하는 유일한 외국여성이고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금발의 말총머리를 하고 뛰는--실제로 빠른 걸음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100명중의 한 두명 정도만이 뜀질을 한다--지라 눈에 확 띈다.
영도에서 가까운 영어학원 강사이려니 생각했었는데 평일 저녁시간에도 조깅하는 것을 보니 추리가 빗나갔다.
외모로 봐서는 백인이란 것 외에 가늠하기가 어렵다.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다면(아..그런 기회는 없다. 관심가는 여성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가 없어서^^)
러시아계열인지 유럽계열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말이다.
갑자기 물어보고 싶어진다.
Excuse me, ma'am.
May I ask you a question?
Where are you from?
....
그렇다. 그 다음엔 뭘 물어보고 대화를 하지?
으...ESS에 다시 수강신청을 해야 하남?^^
그런데 웬지 이런 망상을 떠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미녀들의 수다" 탓 때문은 아닐 지...백인 여성의 입에서 유창한 우리 나라 말이 나올 거라는 착각 말이다.
그 단조로운 산책길에서 이런 짧은 망상이라도 할 수 있어 지겹지 않아 기쁘다.
혹시 그녀를 보게 되면 UFG 떠올려보세용^^
(오비이락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 메인페이지 글을 그녀가 읽기라도 했나? 이 글을 쓴 날 이후 해안산책로에서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가 없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라도했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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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4 U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