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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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벗사랑

(2013-10-16 11:25:05, Hit : 545, Vote : 47)

오직 독서뿐 (정민/김영사) 2013.10.16.

한학자 정민 교수의 새책.
한자를 잘 아는 이에 대해 조금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중고교 기본한자만 아는 나로서는 한글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입장인지라
조선시대에 씌여진 책들을 연구해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정민 교수의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선친께서는 쉬는 날이면 벼루에 먹을 갈아서 이면지에 명심보감을 쓰시곤 했다.
명심보감의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 의미는 알지만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글을 쓰시는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존경심이
이런 류의 책에서도 발현되는 듯하다.

제목만 보고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책.
그래서 책제목이 주는 독자유인효과는 거의 없을텐데
저자와 출판사는 정공법을 택했다.
읽을만한 이들은 읽을 것이라고...

조선후기 실학자들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서
허균, 박지원, 이익, 안정복 정도는 들어봤으나
양응수,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홍덕용은 생소한 인물이나
이들이 쓴 글 가운데 '독서'와 관련된 것만 빼와서 저자는
원문과 함께 자신의 뜻풀이를 덧붙인다.

독서예찬이자 독서 추천이지만
이 책에서 난 2,300년 전 학자들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고 기뻤다.
역시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사고체계를 가진 게 분명하다.

18세기 사람 이덕무가 쓴 "첫 권만 때묻은 책"이란 부분을 인용한다.

경, 사, 자, 집 할 것 없이 첫 권은 색깔이 반드시 손때가 묻어 더럽다. 심지어 썩거나 떨어져 나가 읽기조차 어렵다. 비록 세월이 오래된 것이라도 둘째 권부터 마지막 권까지는 씻은 듯이 말끔하다. 나는 매번 세상 선비들이 오래 버티는 마음이 없는 것을 탄식하곤 한다. 무릇 책은 첫 권을 시험 삼아 읽을 때는 단단히 각오하고 읽을 것 같이 하다가, 오래잖아 게을러 싫증내고 포기해 버린다. 그래서 둘째 권 이하로는 눈길을 주거나 손길도 닿지 안는다. 결국 첫 권과 끝권의 새롭고 낡은 것이 완전히 다른 물건 같다. 쥐 오줌에 더럽혀지지 않으면 반드시 좀벌레의 배나 불린다. 서적이 재앙을 입음이 지극하다 하겠다. 또 근래 어떤 집에서 "비해"란 책 한 질을 보았다. 모두 반질반질해서 손이 한번도 닿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선실지"나 "유양잡조" "이문총록" 같은 책은 모두 기름때가 묻고 손때에 절어 마치 굴뚝 속에서 꺼낸 것 같아싿. 이 몇 종류의 책은 모두 귀신이나 꿈 이야기, 또는 괴상한 이야기를 기록해 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반드시 여기에 힘을 쏟는다. 식견은 없으면서 경솔하게 기이한 것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록 잗단 일이기는 해도 내가 일직이 개탄하였다. ----p.261~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