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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벗사랑(2024-02-25 06:47:11, Hit : 185, Vote : 57)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정여울/웅진디자인하우스) 2024.02.24.

설 전에 다 읽으려고 했는데 한동안 책과 거리가 멀었다. 더 오래 잡고 있을 수 없어서 나머지를 다 읽었다.
가끔씩 라디오에서 정여울의 도서관으로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걸 듣곤 했지만 그가 쓴 글을 오랜만에 읽어본다. 워낙 글을 잘 쓰는 작가인지라 이번엔 무슨 책을 썼을까 궁금했었는데 내 관심 분야의 하나인 미술이다. 사실 난 미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미술관 방문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 큰 공간에 덜컥 한 편의 그림만 전시된 곳의 활용에 대한 비효율성을 먼저 지적하는 경영학도이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러나 혼자 보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 수억 이상을 쏟아붓는 미술애호가들의 비정상적 구매행위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봐야 할 작품들을 선정해 지식적 측면보다 저자의 감성을 표현하는데 주력한 에세이는 예상 밖이었다. 첨에 진도가 나가지 않은 것도 굳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비싼 항공료와 시간을 들여 베네치아나 파리를 방문해야 하냐는 경제적 의문이 더 앞서서 였다.

50편의 그림과 곁들여진 그림들까지 보면서 예전에 본 것도 있지만 몰랐던 그림이 많았다. 그 중에 깜짝 놀라게 한 것은 고흐가 그린 "죄수들의 원형보행" (푸시킨 국립미술관 189년작)이었다.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하는데 전체 조명을 끄고 이 작품만을 향한 보조조명을 켜서 집중도를 높이기까지 한단다.
"높은 감옥 벽으로 둘러싸인 원을 그리며 걷는 죄수들. 도레의 끔찍한 잔혹함에서 영감을 받은 캔버스는 그의 최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높은 감옥... 그리고 이 구덩이를 끝없이 걷는 이 사람들. 그들은 불쌍한 예술가들, 운명의 채찍을 맞고 지나가는 불쌍한 저주받은 영혼들이 아니었을까요?" (고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친구 화가가 쓴 편지에서 발췌한 글)

그림 한 편이 주는 감동은 감상자의 몫이고 똑같지 않을텐데 그런 감성을 가진 작가를 통해 그림에 대한 도전을 선사하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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