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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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벗사랑

(2006-11-17 21:32:52, Hit : 1790, Vote : 98)

러셀 vs 루이스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확 눈에 띈 책 제목은 버트란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였다.
너무나 유명한 철학자이자 무신론자인 그가 1920~30년대에 걸쳐 쓴 글을 편집한 책으로 1950년대에 발간된 거다. 제목에서부터 그의 도전성은 지금까지도 많은 학생들에게 안티기독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골수(^^)신앙인인데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신앙을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데도 논리적인 싸움을 하던 대학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 왜?
읽고 싶었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저자의 논리성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번 제대로 읽고 싶었다. 그냥 평범한 비종교인이 아닌 "종교는 백해무익하다고 까지 주장하는" 그의 글을.

그런데 읽으면서 그의 논지가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는다. 사춘기 시절에 성경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던 시절 설교를 들을 때 품었던 의아심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종교인들의 반박마저도 논리적으로 충분히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과제물을 제출해야 하는 학생이 아닌 독자로서 그의 주장을 세밀히 분석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 마치 이찬수 목사 (분당 우리 교회 담임)가 영화 "다빈치코드"가 상영되는 첫날 조조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 목사님은 영화가 너무 지루해서 별로 영향이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왜 내가 책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를 적던 수년간의 관행을 버리며 이 제목을 달았을까?

1940년대에 라디오방송으로 증거한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읽어서다. (오늘 한 자리에서 세시간동안 두 권의 책을 독파했다. ^^) 루이스가 유명인사긴 하지만 사실 그의 저서를 처음 읽었다.
아무래도 버트란드러셀에 대항할 기독교인물로 그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그의 책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이 칭찬해주지 않을 수 없는 간결함과 완벽함 그 자체다. (오히려 안티 기독교인이 읽으면 더 반감을 가질 지 모르겠다)

러셀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기독교인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난 기독교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루이스는 그렇게 말한다.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가르침 그대로를 따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존재라고.

지금도 "버트란드 러셀"을 검색하면 그가 쓴 이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이 즐비하다.
얼마나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많겠냐?
그러나 기독교는 논리로 싸울 수 없는 진리의 문제다. 논리로는 감당이 안 된다.
하지만 누구나 죽는다.
러셀이 엄청나게 장수하며 살았지만, 결국 죽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하찮은 동물에 불과하고 이 세상은 어떤 인과법칙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대로 존재한 것이고 그냥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가 기독교인이 아닌 채로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그의 운명이고 선택이다.
반면 루이스는 기독교로 회심하여 수많은 불신자를 회심케 했다. (그가 회심케 한 주체는 아니지만)
루이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답한다.
새삼스럽게 그의 글에서 "좋아한다"와 "사랑한다"를 다시 보게 되었을 정도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