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

Category

참벗사랑

(2015-03-04 00:35:51, Hit : 475, Vote : 44)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열린책들) 2015.03.03.

20대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읽을 생각을 갖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저자에 대해 지식이 별로 없었다.
요즘 읽던 책들에서, 그리고 한껏 지식을 뽐내는 이들이 다들 이 저자의 이름을 거들먹 거리길래 도대체 누군가 하는 궁금즘을 가져서 그의 걸작이라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게 되었다.
나의 종교적 배경으로 보아서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의 작가가 저자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아마 분명히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전 지식 없이 책을 펼쳤고, 며칠에 걸쳐 조금씩 읽다가 오늘 이 바쁜 시즌 중에 준비가 덜 된 시간을 할애해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럭저럭의 에피소드로 너무 오래된 고전이구나 하고 폄하하려던 순간 소설은 갑자기 돌변하며 흥미를 끈다.
'나'와 '조르바'가 대부분의 화자인 소설에서 이런 흥미를 가지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다.

고전을 읽게 되면 뒤에 첨부된 저자의 연대기는 원고료 더 챙기려는 수작(^^)으로 봐서 생략하곤 했는데 이 화제의 책에 대해 짧은 평이라도 하려니 저자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어서 훑었다.
사실 이 작가에 매료된 이들이 많다. 1인칭 주인공인 '나'는 작가인데, 주인공은 '나'가 아닌 '조르바'다. '나'보다 배는 나이를 더 먹은 60대 남자에게서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그와 같이 행동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동경하는 태도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탓이다.
초두에 내가 20대 때 읽었다면 그만두었을 거라고 쓴 까닭은 조르바같이 무책임하게 자유를 주장하는 태도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물론 조르바가 보여준 정의감과 리더십은 다르게 평가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태도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극적이고 이성적인 저자가 동경하는 바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은 인간이 살아가는 인생은 평온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재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가 겪은 인생의 험로가 표현된 그의 책을 종교적으로 '불경'하다고 '금서'조치를 하는 종교권력의 행태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허무주의와 실존주의에 바탕을 두고 산 그를 추앙하고픈 마음도 없다.

다만, 고전을 읽는 것은 나와 다른 사상을 가진 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비록 종교적 배경이 다르더라도 널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