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벗이 읽은 책에 대한 정보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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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벗사랑

(2009-12-30 15:47:22, Hit : 1156, Vote : 79)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 (정관용/위즈덤하우스) 2009.12.30.

KBS 시사토론을 수년간 진행해오던 정관용씨를 요즘 못 보고 있다.
MBC 100분토론에서도 손석희 교수를 볼 수 없는 시대다.
안타까운 우리 나라 정치현실을 반영하는 사건들이다.
정관용씨는 운전 중 라디오를 청취할 때 시사토론의 MC로 수년간 내 귀에 익었던 분이다.
MBC의 손석희에 필적하는 KBS의 간판이었는데
둘다 정권의 하수인들이 수장이 되면서 토론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던 일이었다.

토론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 책에 담겨 있다.
책 초반부에 흔히 말하는 토론이 방송토론으로 인식되는 것을 바로 잡으려는 그의 노력이 다소 의외였지만, 옳은 말이란 것을 새삼 확인한다. 토론은 상대와 나의 견해를 다투는 행위인데 방송토론은 상대에게 내 의견을 설파해서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그 토론 행위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의 우월함을, 상대 주장희 허술함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하는 쇼란 것이다.
그런데 방송토론을 토론 모델로 보고 배운 학생들이 토론회에서 방송토론형태로 진행하는 모습을 본다고 한다. 아.. 맞다. 그게 잘못이구나.

하지만 역설적으로 방송토론이야 말로 진지한 토론의 전형이기도 하다. 두루뭉실하거나 중도성향의 토론자들이 나와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하는 식의 의견을 내놓으면 그 토론프로그램을 누가 보겠는가?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을 때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다고 그런 비논리적인 논객들이 득세하는 토론회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토론자로서는 어떤 마음 가짐으로 토론에 임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저자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도입부의 점심식사 에피소드가 전형적이고 바람직한 토론이라고 한 점에 무척 공감한다.
이 부분 옮겨 놓았다고 저작권 운운하지는 않으시겠지만 공감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니 저자의 너그러운 아량이 필요하다^^

갑 : 뭐 먹을래?
을 : 자장면 어때?
갑 : 난 설렁탕이 먹고 싶은데.
을 : 길 건너에 새로 오픈한 중국집 자장면 정말 맛있던데 그거 먹자.
갑 : 그렇게 맛있어? 그런데 내가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설렁탕 국물이 먹고 싶어.
을 : 그래? 어제 술 마셨어? 그럼 설렁탕 먹지 뭐. 대신 네가 사.
갑 : 그래, 내가 살게. 내일은 자장면 먹자. 그건 네가 사고.
을 : 그래. 좋다. (p.39~40)

이 짧은 대화 속에 토론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지 않은가?^^